“게이 같다던 데요?”. 휴학생 김승주(21)씨는 친구와 트윈룩을 맞춰 입고 서울 모 대학가로 놀러 갔다가 남자 선배들의 눈총을 받았다. 김씨는 “‘남자끼리 뭐 하냐’라는 반응이었다”며 웃었다. 옷을 맞춰 입고 나가보니 사람들은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고, 이상한 듯 수군거리기도 했다. 친구와 옷 가게를 갔다가 마음에 드는 옷이 있어 추억 삼아 같이 샀다는 김씨는 “잘 걷다가 친구랑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고 걷게 되더라”며 “여자들은 우정이 돈독해진다고 하는데, 남자들은 한 번 옷 같이 입었다면 다음부턴 절대 같이 입지 않을 거라 장담한다”고 농담했다.
취업 준비생 박재완(24)씨가 주위 눈치를 피해 트윈룩에 도전해 본 아이템은 운동복. 박씨는 “남자들끼리 트윈룩을 입기는 솔직히 부담스럽다”며 “그래서 좋아하는 스페인 축구단 유니폼을 입고 동네에서 친구와 만났는데 처음에는 사람들이 쳐다 봐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선 친구라는 게 뚜렷이 보여 좋더라”고 말했다. “나중엔 ‘보려면 봐라’고 소리지르며 당당히 걸었다”는 박씨는 친구 네 명과 유니폼을 사서 같이 입기로 하고 함께 돈을 모으는 중이다.
곤욕을 치른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은 “연예인병 걸릴 뻔 했다”며 즐기는 눈치다. 프리랜서 영어통번역가 김가영(28)씨는 “친구와 한복을 맞춰 입고 밖에서 우정사진 촬영을 하니 주민들이 ‘곱고 예쁘다’며 커피까지 타 줬다”고 말했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다. 친구와 제주 여행을 가기 위해 5일 전부터 밤을 새며 트윈룩을 골랐다는 대학생 김아늠(23)씨는 “아주머니들이 쌍둥이로 알고 뒤에서 툭툭 친 뒤 얼굴을 확인해 보더라”며 “‘얼굴 보니까 쌍둥이는 아니네’하면서 ‘어쩜 그렇게 똑 같냐’고 한 적도 있다”고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트윈룩족은 “청춘이네”, “좋을 때다”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친구와 한복 트윈룩을 입고 스튜디오에서 우정사진을 찍은 대학생 임소영(23)씨는 큰 사진 3장과 지갑에 들어갈만한 작은 사진 3장을 인화해 이 중 작은 사진을 지갑에 넣고 다닌다. 임씨는 “트윈한복을 입고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한 외국인 가족이 깜짝 놀라며 ‘뷰티풀’을 연발했다”며 “처음에는 옷 때문에 민망한 느낌도 들었는데 나중에는 관심도 받고 칭찬도 받으니까 적응이 잘 됐다”고 말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박준호인턴기자(동국대 불교학과 4년)
장윤정인턴기자(경희대 언론정보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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