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예산안 놓고 갈등 표출… ‘몽니’등 감정싸움으로 번져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추경 예산안을 놓고 또 다시 정면충돌했다. 민선 6기 들어 집행부와 의회간 예산 갈등이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면서 도민들의 기대를 져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의회는 28일 오후 제332회 제1차 정례회 2차 본회의를 열어 제주도가 제출한 2015년도 제2회 추경예산안 수정안을 집행부의 부동의 의견에도 가결했다. 이날 도의회 예산결산위원회가 상정한 수정안은 도가 제출한 예산안 중 메르스 관련 제주관광 홍보마케팅 예산 60억원 등 112억 6,996만원을 삭감하고, 삭감한 예산 전액을 가공용 감귤수매가격 차액보전 예산 40억 1,600만원 등 340여건의 사업 예산으로 증액 또는 신규 반영한 것이다.
도는 수정안이 가결되자 이날 즉각 기자회견을 갖고 반박하고 나섰다. 도의회에 재의결 요구 대신 의회가 증액한 사업에 대해서는 집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도의회도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의회가 증액한 사업 전체가 마치 부도덕한 사업인 것처럼 매도해 집행하지 않는다면 도민들의 크나큰 저항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며 “만일 집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사무감사, 업무보고, 도정질문 등을 통해 최대한 도정을 압박해 나갈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도의회 예결위는 추경 예산안 계수조정 과정에서 345건ㆍ72억 5,000억원 증액 사업을 요구했고, 도는 이 가운데 238건ㆍ35억 5,600만원에 대해서만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팽팽히 맞서 왔다.
협의가 난항을 겪자 이경용 예산결산위원장과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고태민 의원이 마지막으로 원 지사와의 면담을 시도했지만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문전박대를 당했다. 고 의원은 28일 같은 당 소속 원 지사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면서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또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도 집행부가 의회를 향해 ‘몽니’ ‘폭거’라는 표현을 쓰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등 결국 협의는 결렬됐다.
구성지 의장은 정례회 폐회사를 통해 “의회는 집행부가 요구하는 대로 증액 사업에 대해 사업설명서도 전부 첨부하는 등 요구하는 모든 절차를 이행했다. 사실상 의회가 집행부의 예산심의를 받은 셈”이라며 “그럼에도 의원들의 증액 요구분의 일부만 인정해 결국 협상이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용구 도 기획조정실장은 “예결위에서 동의를 요구한 추가 예산은 예산지원이 부적절 하거나 형평성이 결여된다고 판단되는 사업이 다수였다”며 “도는 동의가 곤란해 수용하지 못한 것으로, 이를 빌미로 추가 삭감을 행한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이번 예산 사태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 넘겼다.
도와 의회의 예산 갈등은 지난해 12월 본예산부터 이어졌다. 당시 도와 의회가 충돌하면서 사상 최대인 1682억원이 삭감, 조정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도와 도의회는 예산 개혁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지만 또다시 정면충돌하면서 갈등만 더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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