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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이냐 경제냐… 파리 트라이앵글 타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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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이냐 경제냐… 파리 트라이앵글 타워 논란

입력
2015.07.2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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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 전망 해친다" 여론에도 일자리 창출·경제살리기에 밀려

시의회, 9년여 끌어오다 최종 승인… 시민 62%는 고층빌딩 건설에 반대

프랑스 파리시내에 들어설 예정인 42층 규모의 고층 빌딩 ‘트라이앵글 타워’의 상상도. AP=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시내에 들어설 예정인 42층 규모의 고층 빌딩 ‘트라이앵글 타워’의 상상도. AP=연합뉴스
필리핀 마닐라 호세 리잘 동상의 배경을 가리고 선 ‘토르 드 마닐라’의 모습. AFP=연합뉴스
필리핀 마닐라 호세 리잘 동상의 배경을 가리고 선 ‘토르 드 마닐라’의 모습. AFP=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홀로 우뚝 선 에펠탑 전망은 파리 시민들에게 포기할 수 없는 유산이며 자존심이었다. 1973년 에펠탑(높이 324m) 인근 동남쪽에 들어선 몽파르나스 타워(231mㆍ56층)가 얼마나 파리의 경관을 해쳤는지 뒤늦게 깨달은 시 당국이 2010년까지 40여 년 동안이나 파리 시내 신규 건축물 높이를 36m로 제한해왔을 정도다.

하지만 파리 시민들은 오는 2018년 몽파르나스 타워에 버금가는 또 다른 ‘흉물’을 바라봐야 하게 됐다. 시의회가 에펠탑 전망을 해친다는 여론에 밀려 9년여를 끌어온 높이 180m(42층) 규모의 트라이앵글 타워(가칭)에 대한 건축 허가를 지난달 30일 최종 승인한 것이다. 파리 도심 남서쪽에 세워지는 이 건물은 삼각형 형태로 외관이 유리에 둘러싸일 예정이어서 “전망에 해가 되지 않을 것”이란 게 당국의 입장이지만 29일 미 CNN방송은 “로맨스의 도시 파리에 대한 이미지가 ‘괴물 타워’때문에 망가질 것”이라는 파리 시민들의 불만이 뜨겁다고 보도했다.

CNN은 파리시가 경관에 대한 자존심을 접고 끝내 트라이앵글 타워를 선택한 주된 원인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에 둔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의 열망이었다고 전했다. 총 5억5,500만달러가 투입되는 트라이앵글 타워를 지으면서 약 3,000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최신식 호텔과 7만㎡ 규모의 오피스 공간, 위락시설이 해외 투자자들을 솔깃하게 할 것이란 게 이달고 시장의 기대이다. 장 루이 미시카 파리 부시장은 최근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이 빌딩을 포기한다면 그보다 더 큰 경제적 비극은 없다”라고 말했다.

CNN은 “최근 설문조사 결과 파리시민 62%가 트라이앵글 타워를 비롯한 고층 빌딩의 신축을 반대했다”며 건축 승인 후에도 파리지앵들의 반대여론이 여전하다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인 미란다 보트는 “파리 시내 건물들의 공실률이 치솟고 있기 때문에 트라이앵글 타워의 임대전망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고층건물 반대 시민단체의 한 간부는 “문제는 주택 부족이지 사무실 부족이 아니다”라며 “시에서 예측하는 경제적 기대에 부응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신축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도시의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는 신축 건물은 비단 파리의 트라이앵글 타워뿐만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9일 필리핀 마닐라의 관광명소인 독립운동가 호세 리잘 동상의 배경을 49층짜리 신축 건물이 훼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마닐라를 찾는 대다수 관광객이 기념사진을 찍는 유서 깊은 장소지만 동상 뒤쪽에 흉물스럽게 자리하는 건물 때문에 더 이상 사랑을 받을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숙박시설과 오피스로 꾸며질 ‘토르 드 마닐라’란 이름의 이 건물은 동상으로부터 수㎞나 떨어져 있지만 일직선 상에 놓여 동상 정면을 찍은 모든 사진에 등장하는 ‘애물단지’가 됐다. 현재 이 건물의 신축 공사는 중단된 상태이다. 문화재보호단체가 시행사인 필리핀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DMCI홈즈를 상대로 법원에 제출한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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