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람들은 자국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강하고 보수적이어서 그런지 바깥세상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우리가 이탈리아에 대해서 비교적 잘 알고 있다고 느끼는데 반해, 이탈리아인들에게 한국은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다. 심지어 북부 이탈리아가 남부보다 부유해서 그런지 남한을 북한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요즈음 밀라노에서 만나는 많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한국을 얘기한다. 지난 5월1일 개관한 밀라노 엑스포의 한국관 때문이다. 7월 21일에는 그곳을 찾은 방문객이 100만명을 돌파하였다. 매일 평균 1만2,000명 이상이 찾았다. 입장객 대다수가 한국관을 관람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월까지 장장 6개월간 열리는 밀라노엑스포는 ‘지구 식량 공급, 생명의 에너지(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라는 거창한 화두 하에 인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먹거리를 엑스포의 주제로 삼고 있다. 한국관은 ‘한식, 미래를 향한 제안:음식이 곧 생명이다(Hansik, Food for the Future :You are What You Eat)’를 주제로 정하고, 미래 대안음식으로서 한식이 가진 ‘조화, 발효, 저장’의 지혜를 미디어아트 기술을 접목하여 인상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건강한 한식이라는 전시 주제를 레스토랑 메뉴로 연결하여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이탈리아인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눈과 입을 사로잡고 있다.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Corriere Della Sera)’에서 진행 중인 인기투표에 따르면, 한국관은 이탈리아관, 일본관과 함께 3대 국가관에 들어갈 정도로 호응이 높다. 지난 6월 23일 ‘한국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이탈리아 브루노 파스키노(Bruno Pasquino) 조직위원장은 “한국관은 밀라노 엑스포의 성공에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는 국가관”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프랑스 국경일 리셉션에서 만난 프랑스상공인협회 장-마크 데쉐르(Jean-Marc Deshaires) 회장도 ‘한국관이 전통과 현대기술을 융합하여 디자인과 메시지 전달 면에서 가장 우수한 국가관’이라며 높게 평가하였다.
한국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밀라노에서 만나는 많은 이탈리아인과 외국인들이 한국관과 한식에 대한 얘기를 먼저 자연스럽게 끄집어내는 덕분에 현지에서의 외교 활동이 훨씬 수월하게 되었다. 이제는 많은 현지인들이 밀라노에 한국식당이 어디 있는지, 한국식품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볼 때마다 답해주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한식은 조화와 자연의 철학을 바탕으로 이어져 온 건강식으로, 인류의 먹거리 대안으로 내어놓기에 손색이 없다. 육류나 치즈 위주의 서양음식과 달리 한식은 김치나 장 같은 자연 친화적인 채소 발효 음식 위주로 미래의 음식으로 세계적으로 퍼져나갈 잠재력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 식문화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에서 우리 문화를 담은 한식이 화제가 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밀라노엑스포는 한식 세계화를 위한 작은 발걸음에 지나지 않지만, 그 울림은 이탈리아 전역을 울릴 정도로 크다. 입맛이 까다로운 이탈리아인들이 밀라노엑스포를 통해 한국의 음식과 맛을 직접 체험하고 이에 매료되어 ‘한식의 세계화’에 큰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장재복 주밀라노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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