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언론들이 롯데 창업주 2세들의 경영권 쟁탈전을 “시게미쓰(重光·신격호 일가의 일본 성) 일족의 난(亂)”“형제싸움과 반란”“골육상쟁”“쿠데타” 등 자극적 표현을 동원하며 상세히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9일 “롯데그룹 골육의 싸움이 표면화했다”고 이번 파문을 보도하면서 “향후 초점은 주주총회”라고 지목했다. 닛케이는 “롯데홀딩스(일본 롯데그룹 지주사)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자산관리회사가 27%를 출자했고, 신격호씨와 동주ㆍ동빈씨 등 친족이 직접 출자했다”며 여기에 “사원 주주회 등도 주주로 존재하고, 동주 씨 측인 신격호 씨 장녀 영자(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씨도 주주로 보여 파란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주주총회 일정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이번 이사회의 결정에 반발한 동주씨 측이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닛케이는 “한국 주요 재벌 중 구 현대그룹이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형제간 경영권 다툼을 거쳐 자동차와 중공업, 대북사업 등으로 분열하는 사태로 발전했다”며 “자산규모로 한국재벌 5위로 성장한 롯데도 과거부터 같은 가능성이 지적됐으며, 이번 동주 씨의 움직임으로 혼란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롯데 형제의 다툼에서 차남(신동빈)이 승리했다”며 “형의 반란을 제압하고 아버지의 대표권을 박탈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신동빈 회장이 “가족문제로 관계자들에게 폐를 끼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형이 가족과 기업경영을 혼동하는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기를 원한다”며 신동주 전 부회장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도 “한국에서는 경영체제 변동이 ‘집안싸움’과 얽혀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한국언론을 인용해 “공식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쿠데타’”로 소개한 뒤 “쿠데타 실패로 창업자인 신 총괄회장이 대표권을 상실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교도(共同)통신은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인물평을 실었다. 1948년 롯데를 일본에서 설립해 츄잉검의 성공으로 과자업계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1967년 한국에서 유통 및 화학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신 총괄회장에 대해 “일본에선 ‘재일한국인’, 한국에선 ‘일본계 자본’으로 여겨져 어려움도 있었지만 타고난 아이디어와 끈기로 일한 양국에서 일대 그룹으로 성장시켰다”고 평가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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