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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고전과의 재회

입력
2015.07.2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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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공허하고 기운이 빠지는 것 같아 책장을 살폈다. 잦은 이사 와중에 버릴 것 버렸다 쳐도 쓸데없는 책이 많았다. 예전 연애 목록이거나 외상장부 같았다. 그런 걸 뒤적이는 게 기분 좋을 턱은 없을 터. 아무리 뒤져도 큰 방 한 면을 다 채운 책 중에 읽고 싶은 책이 한 권도 없었다. 자괴에 빠졌다. 인생 잘못 살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흔 중반 독신 남자가 그런 자각이 들면 자칫 빼도 박도 못할 궁지로 스스로를 내몰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억지로 떠올려봤다. 여태 살아본 방책이 글줄이나 쓰고 활자나 파는 일이었던 만큼 새삼 돌이켜 여직 못 읽어봤거나 다시 읽어볼 만한 책을. 현재에 철통같이 묶여 있던 기억의 사슬을 촤르르 되감았다. 가장 먼저 풀리는 게 도스토예프스키, 카프카 등 문학고전들. 읽어봤던 것들을 새삼 떠올려봤다. 자세한 내용보다 그걸 읽을 때의 정황이 분명해졌다. ‘백치’가 가장 먼저 기억났다. 군대시절 읽다가 탈영한 적 있었지. 그럼에도 아무도 날 찾지 않는 게 창피해 반나절 만에 몰래 귀대했었지. 그 다음은 허먼 멜빌의 ‘백경’. “내 이름은 이슈메일”로 시작하는 첫 구절은 그 어떤 리얼한 다큐 필름 내레이션보다 섹시하고 자극적이었다. 그런데 두 권 다 책장에 없다. 인생 잘못 산 것 맞다고 확신했다. 그래, 다시 주문했다. 완역본 ‘돈키호테’까지 세 권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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