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61)의 일본롯데 경영권 확보 시도가 동생인 신동빈 롯데 회장(60)의 빠른 대응으로 무산된 가운데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앞으로 신 전 회장이 반격에 나설 수도 있고, 롯데그룹 후계 구도에 대한 가족 내부 논의가 진행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유불리를 따지자면 현재로선 동생 신 회장의 절대 우세로 보인다.
전세기 편으로 일본으로 갔던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94)이 지난 27일 오후 장남인 신 전 회장의 편을 들어 자신을 제외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모두 해임했으나 이는 법적으로 유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 회장은 다음 날인 28일 오전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전격 해임하고 전날 결정을 뒤집었으며 이는 적법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표이사 직위 해임은 이사회 결정으로 가능하며 등기이사를 해임하려면 주주총회를 열어 해당 안건을 통과시켜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보면 신동빈 회장의 완승"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럼에도 이로써 롯데그룹의 후계 구도가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차남인 신 회장이 한국·일본 롯데그룹의 핵심 지주사인 일본 광윤사(光潤社)를 장악하고 부친마저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밀어내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지만, 신 전 회장의 반격 또는 가족 내부 합의 여부에 따라 구도가 흔들릴 수도 있다.
무엇보다 신 전 회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 지가 최대 관심사다.
우선 신 전 회장이 이번 경영권 확보 시도가 좌절된 데 대해 수용할 수 없다면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표 대결을 시도할 수 있다.
물론 일본롯데홀딩스를 신 회장이 이미 장악한 상황을 고려할 때 신 전 회장의 표 대결 시도는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신 전 회장이 보유한 롯데 계열사 지분을 볼 때 동생 신 회장에게 여전히 위협적이다.
롯데그룹 대표적인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경우 신동빈 회장이 13.46%를 보유했지만, 신동주 전 회장 역시 13.45%를 갖고 있다. 롯데제과도 동생은 5.34%, 형은 3.92%를 보유 중이다. 롯데칠성은 동생은 5.71%, 형은 2.83%를 갖고 있다.
호텔 롯데의 최대주주(지분율 19%)인 일본롯데홀딩스의 경우 공개법인은 아니어서 지분구조가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형과 동생이 각각 20%의 지분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롯데홀딩스의 여타 지분이 동생인 신 회장에게 우호적이어서 이번에 형의 경영권 확보 시도가 좌절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94살의 고령인 신 총괄회장의 행보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장남 신 전 부회장을 물리치고 차남 신 회장에게 일본 롯데 경영까지 맡긴 것으로 알려진 신 총괄회장이 지난 27일 일본으로 건너가 장남 편을 들어준 것에서도 볼 수 있듯 언제 마음이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안팎에선 일본 비상장 법인 광윤사(光潤社)의 지분 구조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광윤사가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 모두 광윤사 지분을 29%씩 가졌고, 12% 지분을 가진 '우리사주'가 신 회장의 지지세력이고 신 총괄회장의 광윤사 지분은 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이 오랜 기간 광윤사를 통해 한일 롯데를 지배해왔다는 점에서 나머지 지분에 대한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신 총괄회장이 마음먹기에 따라선 후계구도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광윤사는 일본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27% 갖고 있고, 일본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호텔 지분의 19%를 보유중이다.
신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포함한 여타 형제자매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번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을 통한 쿠데타를 장남인 신 전 회장이 주도했으나 신 이사장을 포함해 조카인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등도 동행, 신동빈 회장의 반대편에 섰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과 신 이사장이 연합할 경우에는 한국 롯데 일부 계열사에서 신 회장의 지분율을 앞선다.
따라서 형제자매 간 지분이 복잡하게 얽힌 롯데그룹의 후계구도를 순조롭게 풀려면 가족 간 원만한 합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족 간 합의가 무산되면 이번 사태처럼 신동빈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이 뭉쳐 자칫 양자 대결 구도로 치달을 수 있기때문이다.
'재벌개혁의 전도사'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롯데그룹의 이번 사태 역시 정당성에 바탕을 둔 후계프로그램이 준비되지 못해 일어난 비극"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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