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28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되며 사실상 경영 2선으로 물러나게 됐다. 신 총괄회장은 유일하게 현존하는 재계 창업 1세대다.
1922년 경남 울산에서 5남5녀의 맏이로 태어난 신 총괄회장은 만 19세 때 일본으로 건너갔다. 학비를 벌기 위해 신문과 우유 배달을 하던 중 현지 사업가로부터 5만엔을 빌려 도쿄 근교에 비누공장을 세우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신 총괄회장은 1년 반 만에 빚을 모두 갚고 1948년 제과회사 롯데를 설립했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껌 사업으로 제법 성공을 거둔 그는 1961년 초콜릿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까다로운 초콜릿 제조를 위해 유럽에서 최고의 기술진과 시설을 들여와 사업가로서의 수완을 발휘한다.
1967년 한일 수교로 한국에 대한 투자의 길이 열리자 국내에 롯데제과를 설립해 모국에 대한 투자에 나섰다. 1974년 롯데칠성음료와 1977년 롯데삼강을 각각 세우며 국내 최대 식품기업의 면모를 갖췄다. 또 1973년 롯데호텔을 열어 관광산업 현대화의 기반을 마련했고, 1979년 롯데쇼핑을 설립해 유통 현대화의 토대를 구축했다. 79년엔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을 인수해 석유화학 산업에도 진출했다.
식품-관광-건설-화학 등 진용을 갖춘 롯데는 1980년대 고속 성장기를 거치며 재계 10위권에 들었다. 신 총괄회장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억만장자 9위에 올랐다. 그는 신동빈 회장이 부회장으로 실무를 맡은 이후에도 그룹의 주요 사업을 챙기며 롯데를 재계서열 5위에 올려놓았다. 이처럼 철저한 경영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그는 고향을 챙기는 인간다운 면모도 보여줬다. 고향마을 이름을 붙인‘둔기회’를 만들어 매년 고향 사람을 불러 마을 잔치를 열었다.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신준호 푸르밀 대표이사 회장,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이 동생들이다. 장학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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