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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심 어디 갔나… '갈등 대한민국'

입력
2015.07.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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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에 화풀이ㆍ양보 없는 운전…

사회갈등지수, OECD서 5위

직ㆍ간접 경제 손실 年 246조원

"작은 배려문화 확산 적극 나서야"

“야, XX. 이 비행기에 정신병자가 탔네.”

최근 A 항공사 여승무원 안 모씨는 기내에서 겪은 일을 절대 잊지 못한다. 1등석을 담당했던 그는 황당한 승객 때문에 졸지에 미친 사람 취급을 당했다. 식사 시간에 잠이 든 승객은 나중에 깨어나 한식과 양식 두 가지를 모두 요구했다. 한식이 떨어져 남은 양식만 제공했더니 승객으로부터 손가락질과 함께 원색적 욕설이 날아 왔다. 안 씨는 승객이 착륙 할 때까지 몇 시간에 걸쳐 화풀이를 해대는 통에 결국 무릎까지 꿇고 머리 숙여 사과해야 했다. 안 씨는 “기내에서 공개적으로 욕을 들어 모멸감을 느꼈다”며 “그 순간 벌레가 된 느낌이었는데 평생 상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분당에 사는 주부 김 모(34)씨는 요즘 교차로 신호등 울렁증 때문에 운전에 곤란을 겪고 있다. 얼마 전 그는 승용차를 몰고 나갔다가 노란색에서 초록색으로 신호등이 바뀌는 사이 뒷 차가 갑자기 경적을 울려대 순간적으로 놀라 가속 페달을 밟았다. 아슬아슬하게 자전거를 탄 채 길을 건너던 초등학생을 비껴가면서 충돌을 모면한 기억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다행히 사고는 없었지만 성격이 예민한 탓에 지금도 운전하는 날이면 의사 처방을 받은 신경안정제를 복용한다. 그는 “신호등만 보면 손이 떨리고 가슴이 뛰어서 약을 먹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 놓았다.

대한민국은 갈등 공화국이다. 마치 밑지는 장사를 피하듯 타인에 대한 배려에 인색하다 보니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진다. 오래된 지역 감정이나 이념 갈등도 문제이지만 그 못지 않게 심각한 것이 바로 배려 부족으로 생활 속에서 빚어지는 일상의 갈등이다.

우리나라의 사회갈등 수준이 얼마나 심각한 지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사회갈등지수 국제 비교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는 1,043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대상 25개국 가운데 5위다. 우리나라보다 사회갈등이 높은 나라는 터키(2,940) 그리스(1,712) 칠레(1,212) 이탈리아(1,119) 뿐이다.

사회적 갈등이 야기하는 경제적 손실 또한 만만치 않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 사회의 갈등 때문에 직ㆍ간접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연간 최대 24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봤다. 연구소측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27%를 갈등 해소 비용으로 지불한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사회 갈등을 줄이려는 노력이 없으면 선진 복지국가의 길도 어렵다는 의견이다. 배려문화포럼 고문인 정승헌 건국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국민행복을 나타내는 지수들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며 “이제는 사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나부터 시작해보자’는 작은 배려 문화 확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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