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재기각으로 장기화 부담
"지름길 막히면 다른 길로"
포스코그룹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난기류에 빠졌다. 지난 3월 13일 포스코건설 압수수색과 함께 시작된 수사는 벌써 5개월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사법처리된 인사 14명은 모두 실무자급인 포스코건설 전ㆍ현직 임원(9명)과 협력업체 대표, 브로커 등에 불과하다. 검찰 칼끝이 비리의 ‘몸통’을 파고들기보단 여전히 주변부만 훑고 있는 모습이란 얘기다.
이런 상황이 단적으로 드러난 대목은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잇단 구속영장 기각이다. 정 전 부회장은 정준양(67) 전 회장 체제에서 ‘2인자’로 불렸고, 이명박(MB)정부 실세와 친분설도 파다했다. 때문에 검찰은 그의 ‘입’을 여는 게 관건이라고 보고 지난 5월 말과 이달 24일, 두 차례나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이 사실상 ‘수사 미진’을 이유로 내세워 연거푸 기각, 검찰은 직격탄을 맞았다. 정 전 부회장 구속을 발판으로 삼아 포스코그룹 비리의 정점에 있는 정 전 회장과 MB정권 실세의 유착 의혹을 파헤치려 했던 검찰로선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수사 장기화로 재계의 반발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정 전 부회장에 대한 2차 영장 기각은 검찰에게 역풍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검찰은 MB정부 시절 포스코로부터 동양종합건설이 각종 특혜를 얻는 과정에도 그가 깊숙이 관여했다고 보고 이번에 배임 혐의까지 추가했지만, 법원은 “추가 혐의의 소명 정도를 봐도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사의 동력 자체가 떨어지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다만 포스코 비리의 ‘본류’로 향하는 수사에서 정 전 부회장은 ‘지름길’에 해당하는 인물일 뿐, ‘유일무이한 키맨’이라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검찰은 이미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고가 인수 의혹 등 그를 거치지 않고 정 전 회장으로 직행하기 위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검찰은 또, 대구ㆍ경북(TK) 지역의 실력자로 꼽히는 배성로(60) 전 동양종건 대표와 정 전 회장의 ‘관계’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포스코 수사를 빨리 끝내고 싶은 것은 우리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마치 온몸에 종양이 퍼진 것처럼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냥 덮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가던 길이 막히면 다른 길을 찾아서 계속 수사할 수밖에 없다”고 의지를 재확인했다. 수사 장기화 우려에 대해 다른 검찰 인사는 “대검 중수부 시절에는 6개월 이상 진행된 수사도 있었다”며 “중수부와는 수사팀 인력이나 운용방식이 다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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