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이 참여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신격호(가운데) 총괄 회장을 해임시켰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 신동주 전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 한국스포츠경제 DB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이 신격호(93) 롯데 총괄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해임하면서 본격적인 승계 작업에 돌입한 모습이다. 겉으로 볼 땐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를 끌어 내린 것처럼 보이지만 뒤에는 장남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과 암투가 숨어 있었다.
■ 운명가른 이틀, 롯데家 부자간엔 무슨일이?
2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에서 전격 해임했다.
앞서 신 총괄회장은 지난 27일 오전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도로 일본에 건너갔다. 그의 일본행은 집무실이 있는 롯데호텔 및 한국 롯데그룹이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비밀리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롯데홀딩스에 나타난 신 총괄회장은 신동빈·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 부회장 등 이사 6명을 해임했다.
그러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은 신 총괄회장의 이사 해임 결정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며 다음날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신 총괄회장을 해임시킨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신동주 전 부회장이 동생인 신동빈 회장을 밀어내기 위해 '반란'을 시도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신 총괄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으로 이사들의 이름을 가리키며 해임하라고 일본 롯데홀딩스 직원들에게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이 해임한 쓰쿠다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잘 부탁한다'고 했던 정황을 미루어 볼 때 신동주 전 부회장이 판단력이 흐릿해진 아버지를 대신해 동생 신동빈 회장을 밀어내려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사태로 신 총괄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경영일선에서 강제퇴진돼 후선으로 물러났고, 롯데그룹은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2세 경영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사태 직후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격호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를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기로 결정했다"며 "신동빈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과 일본 롯데그룹을 대표해 양사의 시너지 창출과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제1기 신격호 창업주의 시대가 저물고 제2기 신동빈표 롯데의 출범을 알리게 됐다.
■ 엎질러진 물?…신동주 전 부회장 반전 기회 없나
신동빈 회장이 후계 구도의 정점에 선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12월 26일 일본 롯데홀딩스는 임시 이사회를 열고 롯데 부회장·롯데 상사 부회장 겸 사장·롯데아이스 이사 등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직책을 해임했다. 1월 8일에는 일본 롯데홀딩스에서도 해임되면서 일본 롯데그룹의 모든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결국 신동주 전 부회장은 곧바로 한국에 돌아왔으나 비슷한 시기 신동빈 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진을 만나면서 '일본 롯데 경영설'이 돌기도 했다.
롯데그룹의 지분구조를 봤을 때 향후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재반격은 힘들어 보인다.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신격호 회장 일가-광윤사-롯데홀딩스-호텔롯데-국내 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 지분 27.56%를,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 19.07%를 갖고 있으며 호텔롯데는 국내에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상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확보가 유리해지면서 롯데의 2세 계승 절차가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광윤사를 차지하는 이가 롯데의 새 주인이 되는 것인데 광윤사는 현재 형제가 각각 2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12%의 지분을 갖고 있는 '우리사주'가 신동빈 회장의 지지세력으로 알려져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격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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