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맛비가 그친 이른 아침,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경기 양평 두물머리에 나서니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의 독백탄(獨栢灘)이 눈 앞에 펼쳐진다. 한강 상류의 절경들을 화폭에 담아온 그는 ‘족잣여울’로 불리는 양수리 족자 섬 앞 풍경을 그려 여울이란 뜻의 ‘탄(灘)’이라 이름 지었다. 3백여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 당시의 생생한 산수화 풍경은 현재까지 그대로 이어져 전국 어느 곳보다 사랑 받는 명소가 됐다. 경남 창녕의 우포늪과 함께 사진 동호인들이 손꼽는 최고의 출사지로도 꼽힌다. 어스름한 새벽녘, 피어 오르는 물안개를 뚫고 강 위를 지친다면 천상의 선계가 부럽지 않을 것 같다. 비록 황포 돛배가 아닐지라도.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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