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를 조작하거나 회삿돈을 빼돌려 쓰는 등 금융범죄를 저지르고도 고급호텔 등에서 장기간 도피 중이던 주가조작 사범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은 주가조작 등의 혐의를 받고 수년간 도피 생활을 벌이던 토자이홀딩스 전 대표 하모(47)씨와 글로스텍의 실질적 사주 주모(43)씨, 시세조종 전문가 박모(47)씨 등 11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0명을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4월 검거된 하씨는 2010년 3월부터 9월까지 모두 4,409차례에 걸쳐 시세조종 주문으로 토자이홀딩스 주가를 조작해 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지난달 1일 붙잡힌 주씨는 2012년 11월부터 5개월간 회삿돈 134억원가량을 빼내 쓰고 값어치 없는 주식을 비싸게 사들여 회사에 74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5월에 검거된 시세조종 전문가 박씨는 스포츠서울의 주가를 조작하기 위해 약 4개월 동안 총 2,256회 시세조종 주문을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이들은 호텔이나 단기 임차한 오피스텔 등을 전전하며 대포폰을 사용하는 등 치밀하게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된 하씨는 2년여의 도피생활 동안 수개월 간격으로 대포폰을 바꿔가며 사용했으며, 자신과 생김새가 비슷한 동생의 신분증을 소지하고 동생 행세를 해왔다. 쌍방울 관련 주가조작 등 모두 11건의 시세조종을 주도하다 검찰에 붙잡힌 시세조종 전문가 정모(33)씨는 지난 2년간 고급호텔에서 지내며 수시로 골프를 치는 등 호화생활을 즐기기도 했다.
지난 3월부터 증권사범 집중검거반을 편성한 검찰은 통화내역 분석을 통해 주가조작범들의 대포폰을 찾아 실시간 위치추적을 하고, 1주일 이상 은신처 부근에서 잠복하는 등 끈질긴 추적을 통해 이들을 검거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장기수배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증권사범은 반드시 검거한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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