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철문 빈틈 통과 철제펜스 넘어
일본행 여객선 밀항 4시간 만에 발견
경찰에 인계… "제주 가는 줄 알았다"
성적을 비관해 집을 나온 중학생에게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보안체계가 뚫렸다. 학생이 터미널 철제펜스를 넘어 국제여객선에 몰래 탑승, 일본 시모노세키로 향할 때까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1시쯤 경북 경산의 한 중학교 3학년 S(15)군은 방학식을 마친 학생들이 분주히 집으로 돌아간 시간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었다. 학기 초 성적표를 고쳤다가 부모에게 들킨 적 있는 S군은 이날 학기 말 성적이 엉망으로 나오자 부모의 야단이 몹시 두려웠다.
부산역에 도착한 S군은 무작정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로 향했다. S군은 경찰에서 “그저 떠나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통상 해외여행객이 배를 타기 위해 터미널을 통과하려면 부산본부세관 철문과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및 터미널 철제펜스 등 크게 3곳을 지나야 한다. S군은 부산세관본부 철문 아래 빈틈(약 30㎝)을 기어들어가 각각 170㎝ 가량 높이의 철제펜스를 잇따라 넘었다.
S군은 4시간이나 인근에 머문 뒤 1만6,000톤급 국제여객선에 도착, 4~5m 높이의 ‘ㄷ’자 철제프레임을 기어올라 갱웨이(선박~터미널 연결통로)로 승선했다. 이 배는 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를 운항하는 국제여객선이었지만 S군은 그때까지만 해도 일본으로 향할지 몰랐다고 한다. S군은 “목적지를 제주도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태풍으로 출항이 미뤄진 여객선은 18일 오전 3시쯤 화물만 싣고 일본으로 향했다. 잠시 화장실에 몸을 숨겼던 S군은 뒤늦게 안내책자에서 일본행 국제여객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에 따르면 S군은 체류경비 목적으로 선박 카페 계산대에서 엔화 등 8만2,000원을 훔치기도 했다. S군은 출항 4시간 만에야 선원에 의해 발견됐다. 이들은 일본에 화물을 하역하고 부산항으로 귀항한 뒤 S군을 경찰에 인계했다.
경찰은 부산항보안공사 관계자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하는 한편 S군을 밀항단속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의견을 붙여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S군의 밀항사실이 알려지자 부산항보안공사 보안운영팀 관계자들은 부랴부랴 대책마련에 나섰다. 부산항보안공사 관계자는 “담당자들 회의 결과에 따라 보안을 강화하는 대책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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