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시기 한ㆍ중 관계 파장일 듯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7일 한국 외교의 우선 순위는 중국보다 미국에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집권 여당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등 미ㆍ중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던 우리 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아울러 9월로 예정된 중국의 전승 70주년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 여부가 주목을 끌고 있는 미묘한 시기여서 한ㆍ중관계에 적지 않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대표의 직설적인‘미국 중시’ 발언에 장내가 술렁이자,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뒤늦게 “대표의 말은 중국도 중요하지만 미국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수위조절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 대표는 이날 저녁 워싱턴 인근 식당에서 열린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내일 의회 지도자들을 만나면 한미동맹의 소중함을 얘기하고, 특히 우리는 중국보다 미국이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에게 미국은 ‘대체 불가능한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북한에 대해서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되고 미ㆍ쿠바 국교 정상화로 북한만이 유일하게 ‘악의 축’으로 남게 됐다”며 “북한에도 이란 핵 협상, 쿠바 국교정상화와 같은 특별한 창조적 대안을 적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 방안을 제시한 것은 아니며, 지금까지 해온 것과는 다른 특단의 대책을 한미 양국이 협의해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인 올해 8월15일 내놓을 이른바 ‘아베 담화’에 대해, “종전 50주년의 무라야마 담화와 60주년의 고이즈미 담화에 비해 후퇴하는 내용이라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향적으로 미래를 논의하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일본 정부를 대표하는 아베 총리로부터 솔직하게 우리 민족에 대한 사과를 들어야 하고, 그래야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얘기를 미국 측 인사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긴장을 중재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아베 총리가 우리 민족감정을 건드리는 발언을 계속하는 상황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천개혁과 관련해서는 “당원이 주인이 되는 민주정당을 만들겠다”며 “민주정당이 되려면 핵심이 공천권인 만큼 반드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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