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K리그 팬들이 스타플레이어와 작별을 고하는 모습이 너무 익숙해지고 있다. 일상의 드라마가 되어버렸다. 카타르, UAE, 중국에서 날아오는 소문이 있으면 거의 실제 이적으로 이어지고, 스타의 부재가 K리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기사들이 뒤따른다.
한국 스타들이 여름 유럽 이적 시장과 맞물리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이었다. 그때는 기성용이 어떤 리그로 갈지, 이청용과 박주영은 어디로 갈지 궁금해하며 팬들이 설레던 시간이었다. 요즘에는 저러한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아 아쉬운 느낌이다.
K리그가 셀링(selling)리그인지 아닌지는 핵심이 아니다. 어차피 K리그는 선수를 계속해서 수출해왔다. 다만 과거에는 스타 선수들이 유럽 빅리그로 나가 팬들의 마음이 뿌듯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으니 박탈감이 더 느껴지는 것이다. 카타르, 중국, UAE 리그는 전통적으로 K리그보다 떨어지는 리그였고 모두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내 관점에서 보면 진정한 이슈는 두 가지가 있다고 여겨진다.
첫째는 선수를 내보내고 얻은 돈의 재투자 여부다. K리그가 셀링리그라고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전세계 대부분의 리그가 마찬가지 신세다. 가장 돈이 많고 인기가 높다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도 때로는 그러한 일을 피해갈 수 없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엄청난 구단도 결국은 호날두를 보내게 되는 것이 축구계의 현실이다.
리버풀 역시 수아레즈의 이적을 원하지 않았다. 팀 내 최고의 선수들이기에 중요성이 엄청나게 클 수밖에 없는데, 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 같은 팀이 엮이면 리버풀이나 맨유도 손쓸 재간이 없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가능한 많은 돈을 받아내는 것뿐이다.
몇몇 구단들은 에이스를 팔아서 번 돈을 제대로 투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토트넘이 대표적이었다. 그들은 베일을 팔아 큰 금액을 손에 쥐었지만, 너무 많은 선수를 사들이며 팀을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질보다 양으로 승부했던 것이지만 결과는 그리 긍정적이지 못했다.
이는 마치 스마트폰을 팔아 팩스, 2G폰, 네비게이션 그리고 카메라를 따로 구입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몇 년 전 리버풀 감독은 토트넘에 대해 이야기하며 “1억 파운드를 쓸 수 있다면 리그 우승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아레즈를 보낸 뒤에 나온 리버풀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셀링리그가 되어가는 일에는 당연히 여러 걱정거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아무런 계획이나 대안 없이 선수들만 유출하기 시작할 때 나타난다. 제대로 된 계획만 있다면 한국은 중국과 중동을 이용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선수들이 안긴 이적료가 구단을 위해 재투자되어야만 한다. 유스레벨과 같은 선수 육성으로 자금이 가면 이상적이겠지만 다양한 계획이 수립될 수 있다.
이러한 장치가 없으면 K리그 구단들이 약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한국 선수들이 해외에 더 많이 나가는 것 자체는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한국 프로축구의 직업 시장은 제한적이기에 세계로 눈을 놀리면 다양하고 많은 기회가 있다. 더 많은 선수들이 프로로서 공을 차고 발전해나가는 것은 모두를 위해 이로운 일이다. 기량이 일정 수준에 오른 선수들은 더 큰 시장으로 떠나고, 잠재력을 가진 유망주가 그 자리를 메우는 과정이 있어야 건실한 프로리그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이슈는 더 커다란 문제인데, K리그 구단들이 선수를 지켜내는 능력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부자 구단의 러브콜이 나오기만 하면 선수는 곧바로 떠나는 것이 요즘의 풍경이다. 프로구단이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오퍼가 온다고 해서 항상(무조건) 보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돈도 중요하지만, 구단 입장에서 선수를 보내야 할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것도 존재하는 법이다. 하지만 지금 K리그 클래식 구단들은 너무 쉬운 선수 공급처가 되고 있다. 중국이나 카타르 리그 팀들은 현금만으로 원하는 선수를 거의 데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K리그 구단들은 오퍼 금액이 너무 커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식의 설명만 반복한다.
지금 K리그가 눈여겨보고 비교해야 할 대상은 J리그와 MLS 등이다. 이들도 선수를 해외리그로 많이 내보내지만 오퍼가 오자마자 바로 빼앗기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내 느낌에는 ‘막대한 자금력’이라는 표현이 K리그 구단들의 좋은 변명 거리로 사용되고 있다. ‘선수를 지켜내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팀이 몇이나 될까?
외국인 선수들이야 어차피 돈에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한국 토종 선수들에 대해서는 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선수의 미래를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보낸다’라는 한결같은 발표 대신 그 이적이 팀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과거 유럽 구단들의 오퍼가 오면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는 이유와 함께 선수들을 보내주던 모습이 있었다. 타당할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카타르, 중국이 대상이라면 저러한 논리도 적용되기 어렵다.
가끔 팬들은 '선수들이 돈만 보고 간다'며 비난하기도 하지만, 구단이 에이스를 지켜내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도 점검해볼 시점이다. 선수 이적은 프로 구단의 큰 업무이자 자연스러운 활동이지만, 오퍼가 온다고 해서 무조건 보내는 일은 결코 건전한 현상이 아니다.
지금 K리그 클래식 구단들은 처절한 노력을 해보지 않은 채 '상대구단의 자금력’이라는 핑계로 선수를 쉽게 포기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 현실에 대한 볼멘소리는 그만할 때가 된 것 같다. 끝까지 해보는 자세와 전략적인 접근으로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축구 칼럼니스트/ 번역: 조건호
존 듀어든 'Overhead Kick' ▶ 시리즈 모아보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