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냉면이 먹고 싶어서 오후 나절, 동네 인근을 떠돌았다. 우연히 들어가서 시켜 먹었는데, 한 젓갈 뜨는 순간 식도에서부터 밝은 불이 켜져 이내 위장에 화색이 돌 그런 냉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으면 나도 그만 먹다가 죽고 싶어질 그런 냉면이 간절했던 거다. 익히 가본 데나 맛 집으로 소문난 식당은 피하고 싶었다. 무슨 탐사하는 기분으로 혼자 찾고 싶었다. 기막힌 우연을 바란 것인 만큼 신중할 게 뭐 있겠냐 싶겠지만, 단 한 번의 기회를 스스로 부여한 이상 아무데나 불쑥 들어갈 순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는 허기와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서너 시간을 헤맸다. 그래도 마땅한 집이 눈에 띄지 않았다. 소문으로 들은 식당이 있어 그리로 갈까 잠깐 주저했으나 가지 않았다. 오로지 내 눈으로 찾고 싶었다. 그럴수록 머릿속에선 내가 찾는 냉면의 모양과 색깔과 식감까지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러다가 가중된 피로와 허기 끝에 조금씩 뇌리에서 지워졌다. 이내 포기하고 동네 백반 집에 들어와 밥을 시켰다. 이상한 미련과 체념이 동시에 떠올라 기분이 묘했다. 나는 정말 냉면이 먹고 싶었던 걸까, 수저를 뜨며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답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뭔가 이 세계엔 없는 걸 찾아 헤매는 쓸쓸한 남자 하나가 찌개국물에 어른거렸다. 기막힌 우연이나 새로운 발견 따윈 없었다. 그래도 뒤늦게 먹는 밥은 맛이 있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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