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재단 복귀에 제동 가능
대법원이 분규를 겪고 있는 사학의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등에 대해 학교운영참여권과 소송제기권을 인정했다. 잇따른 비리재단의 복귀에 대해 학내구성원들이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27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지난 23일 상지대 교수협의회 등이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교육부의 상지학원 정이사 선임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에서 “학생, 교수, 교직원 등은 학교의 구성원일 뿐 학교법인의 운영에 직접 관여할 수 없다”고 판단한 항소심 결정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헌법에서 보장한 대학 자율성의 취지는 대학 구성원이 대학을 자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대학 구성원인 직원, 학생 등도 원칙적으로 대학자치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 법원은 상지대 분규와 관련, 줄곧 김문기 전 상지학원 이사장 측 ‘구재단’의 법률상 이익만을 인정해왔다는 점에서 학내 구성원의 권리를 인정한 이번 판결은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지난 200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설립자로부터 순차로 이어지는 이사를 선임해 학교법인의 설립목적이 영속성 있게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 학교법인 이사 제도의 본질”이라며 비리 전력이 있는 ‘구재단측 종전이사’의 법률상 지위를 인정했다. 이 판결의 주심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였다.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2007년부터 설치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이 판결에 근거해 2010년 ‘정이사 선임 원칙’을 세웠고, 이를 상지대에 첫 적용해 구재단측 종전이사에게 정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줬다. 이를 통해 김문기씨는 이사회를 장악하고 지난해 총장으로까지 복귀할 수 있었다. 분규를 겪은 대다수 사학의 구재단도 같은 방식으로 학교법인에 복귀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교직원과 학생이 헌법상 대학자치의 주체로 인정받으면서 향후 분규 사학의 정상화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의 입지가 커지게 됐다. 민변은 이날 “대법원 판결은 법원이 초래한 ‘왜곡된 사학 정상화’를 늦었지만 일부나마 바로잡았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고 논평했다.
이번 판결에서 “개방이사제도가 학교 법인이 위기 상태에 빠져 임시이사가 선임됐다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도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의 주문도 반향이 일 전망이다. 개방이사제는 사학재단의 비리를 막기 위해 학교법인 이사 중 일부를 외부인사로 채울 것을 요구한 법률 규정이다. 이는 구재단이 이사를 추천하더라도 개방이사의 지위는 함부로 박탈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변 측은 “사학 편향적인 사분위의 심의와 구재단의 독단적 운영에 통제장치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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