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추위 "정권눈치 보지 말고 뽑아라"
31일 방송통신위원회의 KBS와 MBC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 결정을 앞두고 벌써 ‘3연임설’ ‘이사장 내정설’이 나도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언론사회시민단체로 꾸려진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이하 공추위)는 27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위한 막바지 심사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 측 일부 이사의 연임설이 흘러나오고 있다”며 “연임이 거론되는 이사들은 그간 자질 논란이 끊임없었던 인사들”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방통위는 14일까지 KBS와 MBC 방문진 이사 공모절차를 진행해 후보자를 지원받았다. 이 가운데 차기환 김원배 현 방문진 이사와 고영주 감사가 포함됐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KBS 이사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차 이사는 이미 2009년 8기, 2012년 9기 방문진 이사로 연임한 것이어서 최종 이사로 선정되면 전무후무한 ‘3연임 특혜’라고 할 수 있다. 한 방송관계자는 “공영방송 이사 자격에 KBS MBC 이사를 중복할 수 없다는 내용이 없는데, 이를 악용한 방통위의 꼼수”라고 비판했다. 차 이사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 조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트위터에 “(세월호 유족들) 요구가 너무 지나치다”는 글을 올려 질타를 받았다.
또 MBC 방문진 이사장에는 고영주 감사와 김원배 이사 중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고 감사는 공안검사 출신으로 여당 추천으로 방문진 이사가 됐다. 그는 지난해 6월 방문진 이사회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이 79명을 구조했는데 (MBC 뉴스는) 왜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는 식으로 보도하느냐” 등의 망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김 이사는 전 목원대 총장으로서, 방문진과 함께 MBC 대주주인 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 영남권 인사다. 2013년 12월 보궐이사로 여당 추천을 받은 김 이사는 당시에도 10억대 교비 횡령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에는 목원대 자산을 불법 매각한 정황으로 총동문회 등에 의해 고발됐다가 불기소 처분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공추위는 “(자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방문진 이사들의 연임이 거론되는 것은 MBC를 정권에 우호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방증 아니겠느냐”며 “법적으로 독립기구인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를 제대로 선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오훈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도 “3연임 등 언론장악 인사들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더라도 KBS 문턱을 절대 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글·사진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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