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수협, 전 조합장 상대 10억 손배소 걸었다가 연이어 패소
전남 목포수협이 4년 넘게 전임 조합장을 상대로 진행한 ‘굴비 소송’에서 패소했다. 또 수협은 소송으로 판매가 중지됐던 10억원 상당의 보리굴비 처리 방법을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목포수협은 지난 2011년 1월 전임 김모 조합장을 상대로 광주지법 목포지원에 보리굴비 재고 등과 관련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했다. 김 전 조합장이 2003년산 참조기를 매수하면서 형식적인 판매 계획만 수립해 10억원 상당의 재고가 발생해 조합에 피해를 입혔고, 재고가 쌓이면서 부패 등 품질 저하로 폐기 처분해야 할 정도였다는 게 수협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같은 해 1심에 이어 지난달 5일 2심에서도 패소한 수협은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수협은 화합 차원에서 소송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재고만을 문제 삼아 김 전 조합장이 조합에 손해를 끼쳤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특히 재판부가 전문가를 동원해 조사한 결과 보관 중인 보리 굴비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2003년산 참조기로 가공한 보리굴비는 보통 정도의 선도를 보였고 수협이 2012년에 만든 굴비보다 세균이 덜 검출되는 등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변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내장 부분은 보리굴비에서 먹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2003년 참조기를 판매해 매수량을 초과하는 이득을 올렸고 장기간의 참조기 매수량과 재고관리에 대해 현 시점에서 재고만을 문제 삼아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멀쩡한 보리굴비를 4년 넘게 판매하지 않은 채 창고에 쌓아두면서 오히려 수협이 제품 품질을 떨어뜨린 셈이 됐다. 목포수협은 다음달 이사회를 열어 소송으로 판매가 중지됐던 10억원 상당의 보리굴비 처리 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다.
박경우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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