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스 펀드나 인버스 ETN
주가 지수나 원자재값에 연계, 하락하면 수익 내도록 설계
中 증시 폭락에 28%대 수익도 장기 투자보단 단기 공략에 강점
상하이종합지수가 최고점(5,166.35)을 찍은 지난 달 12일 이후 한달 가량 중국 증시는 그야말로 ‘투자자의 무덤’이었다. 7월8일 바닥(3,507.19)을 찍을 때까지 지수는 정점 대비 32% 이상 급전직하했다. 이 기간 국내 중국펀드 737개의 평균수익률은 -18.04%였다.
하지만 처참한 하락장에도 웃는 자가 있었다. 상하이지수가 정점에 오르기 직전인 지난달 10일 국내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TIGER차이나A인버스’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28.55%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거뒀다. 인버스 상품을 통해 중국 증시 하락에 베팅한 투자전략이 통한 것이다.
글로벌 증시와 원자재 시장이 한꺼번에 조정을 받으면서 인버스 상품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인버스 상품은 가격이나 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 투자상품으로 인버스펀드와 인버스 상장지수증권(ETN)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하락장 투자는 물론이고 가격 급변에 따른 주력 투자상품의 손실을 만회하는 헤지 목적으로도 인버스 상품이 유용하다고 조언한다.
원자재ㆍ증시 하락에 수익 쏠쏠
현재 거래소에는 인버스펀드 15종과 인버스ETN 9종이 상장돼 있다. 이 중 최근 들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상품은 원유, 금 등 원자재 가격지수에 투자하는 상품들이다. 대체로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원자재 가격은 지난 4월 말 이래 연내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대에 따른 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되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유 가격지수를 추종하는 인버스펀드 및 인버스ETN은 최근 한 달 동안 20% 안팎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금, 은, 구리에 투자하는 인버스 ETN 상품 역시 1개월 수익률이 각각 9.41%, 9.78%, 8.87%에 이른다.
진정 국면에 들어선 중국 및 유럽 증시 하락도 최근까지 인버스 상품 수익률을 높이는 재료가 됐다. 유럽의 대표적 주가지수인 유로스탁스50을 기초지수로 삼는 ETN 상품 ‘TURE인버스유로스탁스50’은 그리스 국민투표 부결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위기가 극에 달했던 이달 6일 주당 가격이 상장(올해 4월23일) 이래 가장 높은 1만1,000원까지 올랐다. 발행가(1만80원)보다 10% 높은 가격이다.
활황세가 한풀 꺾인 국내 증시에서도 최근 들어 인버스 상품 수익률이 여타 상품을 앞서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최근 한 달 간 -1.89%, 석달 간 -3.83%로 손실을 보고 있는 데 반해, 국내 증시 관련 인버스 펀드(10종)는 1개월 2.06~2.46%, 3개월 3.04~3.53%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인버스 투자 매력 여전, 장기투자엔 신중해야
그리스 재정위기, 중국 주가 폭락 등 시장 불안 요인이 다소 해소되긴 했지만 인버스 상품에 투자할 여지는 아직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일혁 하나대투증권 선임연구원은 “금과 원유를 중심으로 원자재 시장의 공급과잉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원자재 관련 인버스 상품에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에 앞서 신흥국 증시 약세가 예상되는 만큼 국내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인버스 상품도 여전히 수익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승장을 점치더라도 가격변동성 확대에 따른 개별종목 급락 위험이 상존하는 만큼 주식형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라면 관련 인버스 상품을 통해 위험 분산에 나설 수 있다.
다만 인버스 상품 투자는 시장가격 전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라 장기투자엔 신중해야 한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인버스 투자가 활발한 원유시장의 경우 두 달 전만 해도 유가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대세였다”며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상품인 만큼 위험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일 단위로 수익률이 결정되는 인버스 상품 구조상 하락장이라도 가격 변동성이 크면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유의사항이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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