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한 연인이 만난 지 7개월 만에 혼인신고를 해 법률상 부부가 됐다. 직업군인이던 남편 A(29)씨는 200만원 남짓한 월급을 아내 B(30)씨에게 고스란히 넘겼다. 경제권을 꽉 쥔 아내는 남편 용돈으로 매달 10만~20만원만 줬다. A씨는 쉬는 날 건설 현장 막일로 모자라는 용돈을 벌기도 했다.
2013년 12월 중순 폭설로 부대에 비상이 걸려 밤샘근무를 하고 퇴근한 A씨에게 B씨는 “몸이 아픈데 혼자 있게 했다”며 “친정에서 쉬고 오겠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런 아내를 친정까지 데려다 줬고, 이후 부부는 별거에 들어갔다. 며칠 뒤 갑작스런 구토증상이 난 A씨는 “병원비 10만원만 보내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A씨는 이튿날 새벽 B씨에게 ‘이혼하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별거 중 A씨는 전세보증금 3,800만원 가운데 2,800만원은 자신 명의 전세자금 대출을 갚는 데 써달라고 했지만 B씨는 이마저 거절했다. B씨는 신용불량자인 친정식구들이 A씨 명의 신용카드로 쓴 대금까지 퇴직금으로 갚을 것을 요구했다. 더는 견디지 못한 A씨가 낸 이혼소송에 대해 1심은 “아내의 잘못으로 결혼이 파탄에 이르렀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이은애)는 “이혼하라”고 판결하고, B씨에게는 전세대출금 2,8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가 경제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면서 남편에게 인색하게 굴고, 전세보증금도 변제하지 않아 A씨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도 속으로 불만을 쌓아오다 갑자기 이혼이송을 낸 점 등을 고려하면 양쪽 모두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다”며 위자료 500만원 지급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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