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반대 투쟁 3000일 앞두고
강정평화대행진단 250여명 대장정
5박6일간 섬 전역 돌아 강정서 합류

“제주도가 평화로웠으면 좋겠어요.”
27일 오전 제주도청 앞마당. 이날 제주 해군기지 건설중단을 촉구하는 강정생명평화대행진단 사이에서 만난 가이안(11ㆍ경기 양평군)양은 이번 행사에 참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말했다. 올해로 세 번째 행진에 참가한 가양은 “솔직히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지만 해군기지가 평화를 위협하는 전쟁을 위한 군사시설인 것은 틀림없지 않느냐”며 “그저 제주가 평화의 섬이 됐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매년 제주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3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행진단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던 가양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제주에서 평화를 위한 행진이 시작됐다. ‘함께 걷자 생명의 강정! 함께 살자 모두의 평화’를 주제로 강정생명평화대행진단이 제주 전역을 돌며 해군기지 반대 운동에 나선 것이다. 벌써 올해로 6번째다. 특히 이번 행진은 다음달 3일 제주해군기지 반대 투쟁 3,000일을 앞두고 열려 그 의미를 더했다.
이날 제주시청 앞에서 출발한 행진단엔 조경철 강정마을회장, 홍기룡 제주군사기지저지범대위 집행위원장, 문정현 신부, 이태호 제주해군기지저지전국대책회의 공동집행위원장, 리아리나스 필리핀 평화여성파트너 회장 등 외국 평화활동가, 강정주민 등 250여명이 함께 했다.
행진 참가자들은 이날 출발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벌써 3,000일이다. 지금까지 강정주민들의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말도, 제주를 생명평화의 섬으로 만들겠다는 말도 모두 거짓이었다”며 “해군기지가 지어지고 나면 제주는 일본의 오키나와와 미국의 괌처럼 동아시아의 화약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이어 “행진에 참가한 세계 평화운동가들과 함께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을 한국의 대표적인 반기지 평화구축 운동으로 발전시키겠다”며 “작은 마을 강정에서 우리나라의 평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필리핀에서 온 리아리나스 앙겔레스 평화여성파트너 회장도 필리핀 수비크만 지역 미군기지 철거운동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오랜 투쟁 끝에 미군기지가 철수했지만 미군이 버린 유독성 폐기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암 등 중증질환에 시달리고 있고, 빈곤과 성매매와 같은 사회 문제들이 계속돼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강정마을과 제주도가 필리핀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돕기 위해 행진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동진과 서진으로 나뉘어 강정마을을 향해 출발했다. 이들은 5박 6일간 제주의 동쪽과 서쪽 방향으로 걸어 다음달 1일 강정마을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어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부근에서 해군기지 철회를 위한 인간 띠잇기 행사를 가진 후 2015 평화대행진 해단식과 함께 해군기지 반대 투쟁 3,000일 범국민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행진 참가자들은 31일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간담회도 가질 예정이다.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그만 두고 싶어도 정부와 해군이 그만 둘 수 없게 만들고 있다”며 “마을주민들의 한을 풀어주지 않는 이상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출발에 앞서 지난 24일 바다에서는 ‘평화항해단’이 요트로 제주 일주를 시작했다. 또 해군기지 반대 투쟁 3000일을 맞아 제주지역 음악인들이 모여 만든 강정헌정음반 ‘Gang jeong - 다시 구럼비 위에서’도 27일 공식 발매됐다.
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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