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북동부 바닥샨 지방의 티르가 기지를 수비하던 경찰과 국경수비대 120여명이 25일 밤 무더기로 탈레반 반군에 항복했다고 AP통신이 27일 전했다. 미군 철수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AP와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아프간 경찰과 국경수비대는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탈레반군과 격전을 치렀지만, 이들을 도울 증원군이 도착하지 않아 결국 탈레반에 투항했다. 120여명이 무더기로 투항한 것은 지난해 말 미군과 다국적 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임무를 종료한 이후 최대 규모다. 압둘라 나지 바닥샨 주 의회 대표는 “탈레반의 격렬한 공격에 사흘이나 버텼지만, 우리를 도울 증원군은 오지 않았다. 투항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투항군 중에는 현지 경찰 책임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지에 있던 무기와 탄약 일체도 탈레반에 넘겨졌다. 현지 언론들은 “최근 반군의 공격이 점점 거세지면서 아프간 정부군의 피해가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주일 이상 버틸만한 병력과 군수물품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과 국경수비대가 무더기로 탈레반에 투항한 이유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탈레반이 기지와 군수물품들을 접수한 후 사로잡은 경찰들을 일제히 풀어준 것으로 전해져 “탈레반과 정부군이 아예 교전 전부터 기지와 포로를 맞바꾸는 협상을 했던 것 아니냐”라는 의혹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바닥샨 주 경찰청 관계자는 “폭우로 인해 티르가 기지로 통하는 길이 끊긴데다 주변이 산악 및 가파른 계곡 지역이어서 공군 병력 수송기도 접근이 어려워 경찰력 증강이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또 당시 폭우로 가옥 130여 채가 손상됐고 최소 6명이 사망한 점도 덧붙였다.
한편 27일 아프간 북부 바그란 주에서는 승객 11명이 탑승한 버스가 무장괴한에 납치됐다. 바그란 주 경찰국장은 “탈레반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달에는 수백 명의 탈레반 군이 얌간 주를 침공, 경찰병력을 무력화 시키는 등 최근 아프간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탈레반의 활동이 활발해 지고 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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