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SK 에이스 김광현(27)이 28일 광주 KIA전에서 복귀전을 치른다. 빈 글러브 태그(9일 대구 삼성전) 논란 이후 19일 만의 첫 등판이다. 잘 던지면 잘 던지는 대로, 못 던지면 못 던지는 대로 이런 저런 말이 나올 게 분명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광현은 고개 숙일 필요가 없다. 양심고백 운운하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선수를 압박하는 여론도 있지만, 만약 김광현이 이날 등판을 전후해 사과를 한다면 이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는 것밖에 안 된다.
빈 글러브 태그 당시 김광현은 공이 없는 글러브로 홈까지 파고 드는 주자 최형우를 태그했다. 심판 판정은 아웃. 그러나 뒤늦게 TV 중계화면의 다시 보기 장면에서는 공을 잡은 선수가 김광현이 아니었고, 1루수 브라운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김광현의 '트릭 플레이'는 경기 중 일부라는 의견과 선수가 심판에게 사실을 알려야 했다는 주장이 갈리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도덕적인 측면으로 볼 때 상대를 속인 김광현의 플레이는 나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종목의 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속인다. 야구를 '게임'이라고 표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트라이크와 볼이 나눠진 것, 직구와 변화구가 있는 것 역시 투수가 타자를 속이기 위해서다.
지난 23일 인천 경기에서 SK 김성현은 4회말 2루 도루를 했지만 누가 봐도 아웃 타이밍이었다. 선수 본인도 아웃인 줄 알고 더그아웃으로 가려 했지만 심판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이에 두산 측은 재빨리 비디오 판독을 요청해 결국 아웃 판정을 받아냈다. 이 때 김성현에게 판독 전 양심 고백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하는 이는 어느 누구도 없었다. 김광현도 마찬가지 사례였지만 선수 이름 석 자가 주는 임팩트가 큰 나머지 엄청난 관심이 집중됐다.
김광현은 비난 세례에 말은 안 했지만 가슴이 매우 아팠다. 본인에게 쏟아지는 건 괜찮아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향하는 부정적인 시선은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왼 팔꿈치 통증까지 겹쳤다. 그러나 이마저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했다. 김광현으로서는 몸도, 마음도 아플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광현은 자기 스타일대로 씩씩하게 털고 일어나기로 했다. 빈 글러브 태그 얘기가 나온다 해도 정면돌파할 생각이다. 적절한 대응으로 보인다. 김광현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이들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아도 된다. 시즌은 계속돼야 하고 팀도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만큼 에이스의 책임감만 생각하면 된다.
김광현과 팀에는 이번 한 주가 중요하다. 좀처럼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가운데 하위권의 KIA와 LG를 잇달아 상대한다. LG는 특히 3대3 트레이드를 한 팀이라 더욱 신경이 쓰인다. 김광현은 28일 KIA전과 8월2일 LG전에 주 2회 등판 예정이다.
그는 '호랑이 킬러'다. 2007년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승수를 쌓은 팀이 KIA다. 통산 상대 성적은 18승8패 평균자책점 2.80이다. 올해도 두 차례 나가 1승 평균자책점 1.35를 찍었다. 또 LG를 상대로는 지난달 7일 1,813일 만에 완봉승을 거둔 좋은 기억이 있다.
김광현의 야구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사진=SK 김광현.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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