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유승민의 ‘개혁 보수’

입력
2015.07.27 11:12
0 0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을 물러난 유승민 의원이 지향했던 ‘개혁 보수’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유승민 의원의 ‘개혁 보수’ 노선은 신선한 충격을 준 국회 대표연설에서 분명히 제시되었다.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 정치를 합시다”라는 주제의 대표 연설에서 그는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고 선언했다. 자신이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 건설을 위해 땀 흘려 노력하는 보수”라고 했다. 새누리당이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 대기업 편이 아니라 고통 받는 국민의 편에 서겠다고 했다. 이는 진보 정당 대표연설에서 나올 법한 놀라운 발언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노선과 정책을 지향하겠다고 했다. 어제의 새누리당이 “경제 성장과 자유시장경제에 치우친 정당”이었다면 내일의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의 균형 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나누면서 커가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분명 지금까지의 새누리당의 노선과는 다른 새로운 보수의 길이다. 그는 양극화로 붕괴되고 있는 공동체를 지키는 것은 보수의 책무라고 했다.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자유시장경제와 한국자본주의의 결함을 고치고 복지와 경제 민주화를 실현하는 공정한 시장경제를 지향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집권 후 국정 의제에서 사라진 경제 민주화를 집권당 원내대표가 다시 불러들여 주목된다. 자유시장경제를 넘어 공정한 시장경제를 지향하겠다는 발언에서 기존 ‘수구 보수’와 다른 ‘개혁 보수’의 길을 볼 수 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통렬하게 비판한 뒤 ‘저부담-저복지’에서 ‘중부담-중복지’로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부자와 대기업에게 세금 더 거두고 중산층에게도 증세하자고 주장했는데 이는 부자증세와 보편증세를 결합하자는 진보 진영의 조세 정책과 다를 바 없다. 증세 없이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방침을 비판한 집권당 원내대표에게서 사람들은 당 태종의 잘못된 하명을 직언으로 비판한 위징의 풍모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유 의원의 증세론과 ‘중부담-중복지’ 모델은 ‘증세-복지 논쟁’ 수준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복지모델을 정립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유승민 의원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대표발의했다. 복지 제공, 일자리 창출,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을 지원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정부가 실업자, 빈곤층,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여 민생을 살리려는 법률이다. 이 법안을 사회주의 법안이라고 비난하는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이 있지만 ‘따뜻한 보수’가 주도할만한 법이다.

유승민 의원의 ‘개혁 보수’는 최근 영국 캐머론의 보수당, 독일 메르켈의 기민당, 그리고 스웨덴 레인펠트의 온건당 등 유럽의 중도 보수 정당들이 지향하고 있는 ‘진보적 보수주의’를 닮았다. 시장, 자본, 효율성, 경쟁, 개인을 중시하는 보수가 진보가 중시하는 국가, 노동, 공평성, 협력, 공동체를 강조하는 새로운 흐름이 선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보수에서 ‘개혁 보수’가 대세를 이룰 때 진보에서도 ‘개혁 진보’가 대세를 이룰 수 있다. 보수와 진보 양측의 극단주의를 배격하고 합리적인 ‘개혁 보수’와 ‘개혁 진보’가 주축을 이루어 중도를 지향하면서 서로 협력하면서도 경쟁할 때 진영을 넘어선 합의의 정치가 가능할 것이다. 복지, 증세, 노동개혁, 지방분권, 통일, 안보 등 주요 국가의제에서 보수와 진보 간에 합의가 도출되어야 비로소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

따라서 유승민 의원이 지향한 ‘개혁 보수’가 그의 퇴장과 함께 사라져서는 안 된다. 유승민의 ‘개혁 보수’가 더 많은 유승민과 함께 복권되기를 기대한다.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