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에서 탄저균 배달사고에 이어, 한밤중에 1시간이 넘도록 경보장치가 오작동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장 엄정한 군기가 필요한 군대에서 민간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실수와 오작동이 반복되자 주한미군의 군기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서울 용산소방서 등에 따르면, 25일 오후 11시부터 이날 0시 20분까지 80분 동안 용산 미8군 부대 내에서 여러 가지 종류의 사이렌 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비가 오는 가운데 한밤 중에 울린 사이렌 소리가 주변지역까지 퍼지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떤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는 ‘계속해서 나는 이상한 사이렌 소리는 뭐지?’‘사이렌 소리 무섭다’ ‘대피해야 하나’ 등의 글들이 올라 왔다.
이에 대해 소방서 관계자는 “미군 부대 내 경보장치가 비로 인해 오작동한 것으로 들었다”며 “담당자가 부대에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려 보수 작업이 늦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비상상황에 울린 사이렌 소리가 1시간이 넘도록 그치지 않은 것을 단순 오작동으로 볼 것인지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비상상황에 대비해 상황실이 24시간 가동되는 군에서 담당자가 없어 80분 가까이 사이렌 오작동이 계속됐다는 설명은 믿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북한과 대치상황에서 다른 곳도 아닌 한국의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가 있는 주한미군에서 오작동으로 경보장치가 울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주한미군이 경위를 공개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할 중대 사안”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하주희 미군문제연구위원장도 “경보시스템 오작동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안전상 문제가 있어 사이렌이 울린 것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주민들의 안전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 5월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 살아있는 탄저균을 배달한 것을 놓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수”라고 밝힌 바 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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