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30명과 저녁식사서 정담, 대통령 퇴임 후 재방문 기약도
케냐타 대통령과 불협화음 "美와 다른게 있음을 인정해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부터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 ‘아버지의 고향’인 케냐를 공식 방문했다. 대통령으로 ‘금의환향’한 것은 이번이 처음. 2006년 첫 방문 당시에는 상원의원 신분이었다. 외신들은 오바마 개인의 뿌리 찾기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안보ㆍ경제 협력 다지기라는 두 가지 성과를 기대한 방문이었다고 오바마 대통령의 케냐 행을 평했다.
훈훈한 만찬 자리, 싸늘했던 공식 행사
24일 케냐 나이로비 공항 도착 직후 오바마 대통령의 첫 일정은 의붓 할머니인 마마 사라와 이복동생 아우마 오바마 등 친척 30여명과의 만찬이었다. 26일 AP통신 등 외신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백악관과 케냐 생활에 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 자리였다”고 보도했다. 만찬에 참여한 친척 사이드 오바마는 “친척들이 케냐에 더 오래 머물러 있기를 원한다고 말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항상 있고 싶은 장소에 머물 수 없지만 마음만은 함께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 이후 다시 케냐를 찾을 것임을 기약하기도 했다.
훈훈했던 친척과의 만남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의 케냐 공식 일정은 싸늘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반 동성애법’폐기를 촉구하며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과 충돌하는 등 불협화음을 낸 것이다.
25일 케냐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동성애자들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르게 대우할 때 자유는 침해 받고 나쁜 일이 일어난다, 또 정부가 사람들을 다르게 대우하는 관습을 만들면 그러한 관습은 확산된다”고 말했다.
이에 케냐타 대통령의 반응은 차가웠다. 케냐타 대통령은 동성애 권리의 문제는 케냐의 이슈가 아니며 케냐인들은 국가의 인프라 개선과 여성의 경제활동 등에 더욱 관심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촉구를 일축했다. 그는 “우리가 미국과 공유하지 않는 가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한 “고위층에서 지속적으로 자행되는 부패로 국민이 말라가고 있다”며 케냐의 부정부패를 지적해 다시 한번 케냐타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아프리카 투자 확대로 중국 견제 의도
한편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케냐 방문은 아프리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24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중국이 아프리카로부터 엄청난 양의 원자재를 수입하면서 지난해 중국과 아프리카간 무역규모는 미국과 아프리카간 규모의 3배에 달하는 2,220억 달러(약256조원)를 기록할 정도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이 때문에 미국이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으로 케냐 정부와 관계를 돈독히 하고 케냐에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 한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분석이다.
미국과 케냐는 케냐타 대통령이 2007년 대통령 선거 후 1,000여명이 사망한 반인륜범죄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된 후 갈등을 빚어왔다. 미국 정부 관계자가 2013년 케냐 대선을 앞두고 내정 간섭으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을 하자 케냐타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이후 친중 행보를 펼치기도 했다. 미국 입장에선 당시 돌아섰던 케냐 정부의 마음을 오바마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돌려세워 향후 아프리카 지역과의 무역 활성화를 도모해야 할 이유가 충분했던 것이다.
25일 나이로비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가정신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정부와 금융기관, 민간 재단 등이 케냐에 총 10억달러(약1조2,0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기업이 케냐에 쉽게 투자할 수 있는 몇몇 정부간 계약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케냐를 떠나 이웃 국가인 에티오피아를 방문, 아프리카연합(AU) 총회에 참석한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