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만에 서초구 아파트서 붙잡아
빚 갚으려고 범행… 2400만원 훔쳐
250만원은 당일 정선카지노서 탕진
대낮에 서울 한 복판에 있는 새마을금고를 털었던 50대 남성이 범행 6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피의자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진 빚을 갚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6일 낮12시쯤 강남구 수서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새마을금고 강도 피의자 최모(53)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20일 낮 12시20분쯤 서초구 잠원동 새마을금고에 총을 들고 침입해 현금 2,4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퀵서비스 기사인 최씨는 생활고를 겪다 지인에게서 빌린 2,000만원과 끌어다 쓴 사채 3,000만원 등 5,000만원을 갚기 위해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최근 20대 아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목돈이 필요하게 된 점도 범행 동기로 작용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는 범행 3일 전인 17일 오토바이를 타고 범행 당시 입었던 옷을 거의 그대로 입은 채 해당 은행을 찾아 내부 동태를 살핀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4년 전쯤 잠원동 새마을금고에서 통장을 개설한 사실이 떠올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진술했다. 당초 최씨가 가스총을 이용해 은행 직원과 손님을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강도질에 사용했던 총은 15년 전 아들에게 선물했던 플라스틱 재질의 장난감 권총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범행 직후인 20일 오후 훔친 돈 가운데 2,150만원을 빚을 갚는데 썼고, 당일 강원 정선카지노로 도주한 뒤 나머지 돈을 도박에 탕진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카지노에 머물다 24일 다시 서울로 돌아온 그는 시내 경륜장을 전전하다 수서동 지인의 집 인근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에 꼬리를 잡혔다.
최씨는 범행 이전에도 5차례 절도를 하는 등 범죄 전과가 있었지만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했던 1994년 같은 은행 강도 사건의 용의자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사전 답사 후 경마장에 들렀는데 이 때 찍힌 폐쇄회로(CC)TV와 통화내역 분석을 거쳐 최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며 “그가 범행 일체에 대해 시인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해서는 안될 일을 저질러 후회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씨에 대해 정확한 범행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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