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좌클릭' 밑그림 이어
최재천 "성장 담론" 우클릭 시사
맞대결 앞 당내 이견 조정 등 주목
최근 연이어 당직 인선을 마무리한 여야가 경쟁적으로 중원 공략에 나섰다. 다분히 내년 총선을 겨냥한 표심잡기 의미가 크다. 그 중심에는 율사 출신으로 17대 국회에서 ‘맞수’로 꼽히기도 했던 김정훈 새누리당ㆍ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이 있다.
최재천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성장친화적 진보노선’을 천명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성장=보수, 분배=진보’라는 편협한 이분법에 싸여 있지만 우리도 충분히 성장담론을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진보진영에겐 성장담론을 우선시하기도,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딜레마가 있는데 이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취지다.
그의 발언은 무상보육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수용해 맞춤형 보육으로의 재편 계획을 밝힌 이종걸 원내대표의 ‘경제민주화 시즌2’와 맞물리면서 당의 정책을 한 발짝 ‘우클릭’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를 의식한 듯 최 정책위의장은 “함께 성장하고 나누자는 게 (문재인 대표의) ‘소득주도 성장론’이고 그런 가치가 온 사회에 퍼지게 하자는 게 경제민주화 시즌2”라며 “궁극적인 목표는 같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사회적기업 거래소 설립’을 내년 총선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기업처럼 사회적기업의 주식도 거래가 가능토록 해 정부보조금 없이도 자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유승민 전 원내내표의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노력을 잇겠다는 공언까지 감안하면 당 경제정책의 좌클릭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정책위의장이 각 당의 정책을 총괄한다고는 하지만 여야 모두에서 내부의 이견을 조정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새누리당의 경우 청와대와 친박계가 김 정책위의장의 구상을 용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들 주류그룹은 유 전 원내대표의 ‘신보수 노선’을 사견으로 폄하했고, 사회적경제기본법에 대해선 사회주의 법안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이는 새누리당의 중원 공략이 자칫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파기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과도 맞물린다. 한 수도권 소장파 의원은 “우리 입장에서 중도로 가는 핵심은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일 텐데 청와대는 당연히 싫어할 거고 국민들에겐 ‘양치기 소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도 녹록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최 정책위의장이 이 원내대표와는 ‘코드’가 맞는 사이지만 경우에 따라 당내 선명성 경쟁이 점화할 경우 ‘퇴행적인 비주류’로 몰릴 수도 있다. 게다가 ‘김상곤 혁신위’가 복지국가 건설 등 선명한 진보노선을 당의 정체성으로 제시할 것이란 추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저간의 사정과는 별개로 김정훈ㆍ최재천 두 정책위의장은 당장 노동개혁이나 법인세 정상화 문제 등을 두고 한 판 대결이 불가피하다. 김 정책위의장으로선 박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노동시장 유연화를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최 정책위의장도 “충분히 부담 가능한 상위 재벌ㆍ대기업의 법인세는 반드시 정상화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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