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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덕적 채무 의식이 강제징용 문제 해결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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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덕적 채무 의식이 강제징용 문제 해결의 출발점

입력
2015.07.2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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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일본 기업 최초로 2차 대전 당시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피해 보상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19일 미군 포로의 강제노역에 대해 사과한 미쓰비시는 중국인뿐만 아니라 영국 호주 네덜란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도 사과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인 피해자에 대해서만은 “법적 상황의 차이”를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미쓰비시의 대 중국 보상의 표면적 이유는 중국인 피해자들이 중국에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때문이다. 중국이 1972년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일본에 대한 전쟁배상을 포기했지만, 민간인의 개별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전범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는 게 급선무라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했을 법하다.

개별 청구권에 대한 법적 논란과는 별개로 대중 관계에 대한 일본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의식한 전략적 고려가 깔려있었다고 짐작할 만하다. 집단적자위권의 안보법제 강행처리로 일본 정부는 한중 양국 등 이해당사국은 물론 일본 국내의 커다란 반발에 직면해 있다.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으로부터 중일 관계 개선 압박도 받아왔다. 외교적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중일 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서라도 중국과의 우호적 분위기 조성이 절실했다. 다음달 발표될 아베 담화에 전쟁에 대한 반성과 사죄가 포함되리란 유력한 관측도 교전국이던 중국에 대한 특별한 배려 필요성 때문이다.

미쓰비시가 밝힌 ‘법적 상황의 차이’는 현재 국내에서 미쓰비시를 포함한 일본 기업을 상대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임을 가리킨 것이다. 강제성을 한사코 거부하는 일본이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보상문제를 거론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더욱이 엄밀한 강제성 판단은 식민지배의 합법성 여부와도 결부된 폭발력이 큰 쟁점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2012년 우리 대법원이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청구권은 남아 있다”며 개인청구권을 인정한 이상 보상 문제를 언제까지고 외면할 수는 없다. 일본 기업의 패소로 대법원 판결이 나고, 배상을 거부하는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압류하는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는 것은 양국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법적 다툼 이전에 정치적ㆍ도의적 타협이 강조돼 온 이유다. 일본이 강제징용의 도의적 책임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피해자에게 먼저 다가서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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