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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제주해녀 됐수다”… 법환해녀학교 첫 졸업생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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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제주해녀 됐수다”… 법환해녀학교 첫 졸업생 배출

입력
2015.07.2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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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명 전문 직업인 양성 교육 수료… 어촌계 16곳 회원 가입 길 터줘

법환좀녀 마을해녀학교 첫 졸업생들이 제주 서귀포시 법환동 앞 바다에서 해녀 교사 등 해녀학교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졸업생 장미라씨 제공
법환좀녀 마을해녀학교 첫 졸업생들이 제주 서귀포시 법환동 앞 바다에서 해녀 교사 등 해녀학교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졸업생 장미라씨 제공

“이젠 당당하게 해녀로서 제2의 삶을 살겁니다.”

지난 25일 서귀포시 법환동에 위치한 ‘법환좀녀(해녀를 뜻하는 제주 사투리)마을 해녀학교’에서는 아주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이날 8주간(80시간)의 해녀 전문 양성과정을 수료한 첫 졸업생 28명은 해녀라는 직업인으로 거듭났다는 데 대한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손에 들린 졸업장을 보며 “해녀 자격증”이라며 자랑스러워 했다. 졸업생 이진희(37)씨는 “잠수도 못하던 내가 해녀로 다시 태어났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어촌계에 가입해 직업인으로서 해녀 활동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씨 등 졸업생들이 졸업장을 해녀 자격증이라고 한 데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제주 앞바다에서는 각 지역 어촌계가 행정기관으로부터 어장면허권을 받아 관할 어장을 관리하는데, 어족자원 부족 등을 이유로 소속 어촌계 회원이 아니면 해산물 채취를 위한 물질을 못하게 하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해녀라도 어촌계에 적을 두지 못하면 물질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어촌계마다 신입 회원 가입을 꺼리는 탓에 제주에서 해녀의 길을 걷기란 어지간해선 쉽지 않다. 가뜩이나 고령화 등으로 인한 제주 해녀들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촌계의 이 같은 어장관리 방식은 제주 해녀의 명맥을 끊어 놓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으로 이어졌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 관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서귀포시가 지난해 9월부터 지역 내 어촌계를 상대로 신입 해녀 가입을 위한 설득작업에 나섰고, 16개 어촌계로부터 “전문 해녀 교육을 받은 해녀 33명을 회원으로 받아주겠다”는 조건부 약속을 받아냈다. 이렇게 해서 지난 5월 직업 해녀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법환해녀학교가 서귀포시와 법환어촌계 등의 주도로 설립됐다. 해녀 전문 교육기관인 만큼 교육과정은 잠수방법과 해산물 채취요령 등 물질 실습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해녀학교 측은 제주의 독특한 해녀 문화를 보전ㆍ전수하기 위해 이론 교육도 병행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녀 전문 교육이라고 하더라도 두 달간의 짧은 교육기간만으로는 물질을 자유자재로 하기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법환해녀학교 졸업생을 해녀로 받아주기로 한 서귀포지역 어촌계는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3~6개월간 현장 실습과정을 거친 후 정식 회원으로 가입시키기로 했다. 졸업생들이 정식 회원이 되면 물질을 통해 각종 해산물을 채취하고 이를 어촌계 등에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현을생 서귀포시장은 “그 동안 해녀체험과정은 있었지만 직업 해녀 양성은 사실상 처음”이라며 “무엇보다 어촌계들이 해녀학교 졸업생들을 신입 회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만큼 졸업생 28명 모두 해녀로 성공해 제주 바다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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