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업체, 광주시에 5억대 손배소
시, 패소 가능성 높아 예산 낭비
경찰, 업무상 배임 적용 검토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U대회) 축구훈련장 인조잔디 구매ㆍ설치 공사 입찰을 둘러싼 특혜 의혹 사건이 결국 법정 소송으로까지 비화했다. 광주시가 규격 미달의 인조잔디를 납품한 업체와 잘못된 계약을 한 탓에 정당한 계약 체결 기회를 빼앗겼다며 탈락업체가 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5월부터 이 사건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광주시가 송사까지 치르게 되자 무척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광주지법은 지난 3월 실시된 U대회 인조잔디 구매ㆍ설치 입찰에서 탈락한 J사가 계약 체결 기회를 부당하게 박탈당했다며 광주시를 상대로 5억5,260여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고 26일 밝혔다.
J사는 소장에서 “광주시는 입찰공고와 시방서를 통해 구매 규격의 인조잔디에 대한 국제축구연맹(FIFA) 랩(Labㆍ연구실) 테스트 시험성적서를 계약 체결 전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나 낙찰업체인 B사는 이를 제출하지 못했다”며 “그런데도 시는 구매 규격을 임의대로 변경하고 B사와 계약 체결을 강행해 계약 체결 기회를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밝혔다.
J사는 이어 “이번 입찰에 참여한 9개 업체 중 구매 규격에 적합한 인조잔디를 납품할 수 있는 업체는 우리(J사)밖에 없었고, 이는 광주시도 인정했다”며 “만약 광주시와 이번 구매ㆍ설치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면 5억5,260여만원의 공사이익을 낼 수 있었던 만큼 시는 이를 물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J사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는 이미 예견됐었다. J사는 지난 4월 말 구매 규격에 미달하는 저가의 부적합 제품인 줄 알면서도 B사와 납품계약을 체결한 광주시를 상대로 계약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 재판부의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당시 재판부는 “입찰 및 계약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광주시와 B사의 계약은 무효”라며 U대회 축구훈련장 4곳에 대한 공사를 중단시켰다.
이에 시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유지되면 U대회 준비 차질로 인한 광주시의 국제적 위상 추락뿐만 아니라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볼 것”이라며 가처분 취소 신청을 같은 재판부에 냈고, 재판부는 광주시의 ‘특별한 사정’을 받아들여 가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가처분 취소 결정과 함께 광주시에 J사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위해 5억원을 공탁하도록 했다.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엔 담보를 제공하게 하고 가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는 민사집행법(307조)에 따른 것이었다. 앞서 광주시도 가처분 취소 신청서를 통해 “계약 체결 기회를 박탈 당한 J사의 손해는 금전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J사에겐 혈세로 피해를 보상할 테니 공사는 B사에게 계속 맡기게 해달라는 뜻이어서, 광주시의 B사에 대한 특혜 의혹을 더욱 키웠다.
문제는 이번 소송에서 시의 승소 가능성이 크지 않아 예산 낭비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이미 시청 안팎에선 “시가 B사를 밀어주려다가 안 써도 될 돈까지 쓰게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시와 B사간의 모종의 커넥션이 있었는지를 캐고 있는 경찰도 이 부분을 따로 들여다 보고 있다. 시가 가처분 취소 신청을 내면서 스스로 J사에 대한 금전 보상을 언급한 만큼 경찰은 관련 공무원들에 대해 예산 낭비에 따른 업무상 배임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시가 B사와의 계약 유지를 위해 꺼내 든 카드인 가처분 취소 신청이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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