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무명의 독립투사 활약상
'연평해전'등에 이어 관객몰이
“어이, 3,000불! 우리 잊으면 안돼.” 26일 3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암살’의 마지막 대사다.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무명의 용사들에 바치는 헌사다. 초반 흥행몰이 성공은 시간에 묻힌 독립군의 활약상을 전하고자 하는 연출 의도가 대중의 정서와 통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암살’의 관객몰이는 최근 한국영화의 흥행 경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잊혀졌거나 감춰졌던 지난 시대 영웅들에 대한 대중의 뜨거운 반응이 흥행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등의 할리우드영화가 허구적인 슈퍼 히어로를 내세워 관객몰이에 나서고 있다면 충무로는 우리 역사를 살아낸 무명 영웅들의 활약을 스크린에 비추며 관객들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암살’은 이름 없이 스러져간 독립군의 활약상에 초점을 맞춘다. ‘암살’의 최동훈 감독은 “시대의 비극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위해 다르게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들을 기억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제작비 180억원에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등 호화 배역진으로 화제를 뿌린 영화이나 관객들은 감독의 메시지에 더 주목하고 있다. ‘암살’의 홍보ㆍ마케팅을 담당하는 영화사 흥미진진의 이시연 대표는 “개봉 첫날엔 볼거리에 대한 관객평이 많이 나오다 주말이 되면서 독립군을 다룬 영화의 메시지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개봉해 1,425만명의 마음을 울린 ‘국제시장’도 잊힌 영웅담으로 관객을 모았다. 6ㆍ25전쟁 중 흥남 철수를 겪으며 부산에 정착한 뒤 파독광부를 거쳐 베트남전 한 가운데까지 있으며 시대를 돌파해온 한 소시민을 통해 고속성장에 가려진 아버지 세대의 고난을 스크린에 또렷이 새겼다.
600만명에 육박하는 흥행성적을 내고 있는 ‘연평해전’도 비슷한 맥락이다. 제2연평해전으로 희생된 해군병사들의 핏빛 분투를 스크린에 재연하며 예상 밖의 흥행성과를 올리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함성에 가려졌던 비극이 뒤늦게 조명 받으며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우리가 깊이 알지 못하는 실화에는 감동적인 소재가 존재한다”며 “영화 속 시대가 품고 있는 아련한 향수도 관객에게는 정서적 재미를 준다”고 주장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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