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8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에 이른 증시의 신용잔고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초 5조원대였던 신용잔고는 이달 초 7조5,000억원대까지 늘어난 뒤, 중순엔 8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4일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3조8,880억원, 코스닥 4조1,406억원 등 총 8조286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용잔고는 투자자가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 폭이 빚을 진만큼 급격히 커지기 때문에 신중한 위험관리가 필요하다.
신용잔고 급증은 전반적 저금리 기조와 실물경제 상황과 별개로 외국인 자금 유입 등 수급요인에 힘입은 최근까지의 증시 강세가 낙관론을 확산시킨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경우 미래 신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한 기술형 업체에 대한 기대와 정부의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지수 800선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빚을 내서라도 상승세에 편승하려는 투자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코스닥 신용잔고는 지난 1월 말 2조8,548억원에서 최근 4조1,406억원으로 6개월 만에 무려 45%나 늘어났다.
증시에서의 신용융자는 금융권의 기타 대출과 달리, 시황에 따라 급증감하는 일종의 초단기 신용 상품이다. 통상 주식매수대금 중 45%를 투자자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 매수대금을 증권사가 빌려주는 식이고, 주가가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곧바로 반대매매를 통해 융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에 시스템 위험이 크다고는 보기 어렵다. 다만 투자자로서는 주가 하락에 이어 반대매매까지 이뤄질 경우 자칫 ‘깡통’을 차는 처지에 내몰리기 십상이다. 더욱이 지난 6월15일 주식 가격 제한폭이 확대됨으로써 신용융자거래의 위험도 그만큼 커졌다.
앞으로 증시 여건이 좋다면 신용잔고를 무리 없이 털어낼 기회는 많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실물경제 회복 전망이 여전히 불확실한 데다 미국 금리인상 가시화로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회귀 성향이 두드러지면서 수급여건이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7월 셋째 주 글로벌 주식형 펀드자금 동향을 보면 선진시장으로 149억달러가 흘러 들어간 반면, 신흥시장에서는 66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전반적 시황만으로는 결코 투자 성패를 예단할 수 없는 게 증시이기는 하다. 코스닥만 해도 개별적으로는 여전히 상승 기대감이 큰 종목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신용잔고 급증은 증시의 거품을 드러내는 척도의 하나여서 투자자로서 선택에 신중을 기하고, 당국도 투자자 보호장치의 작동을 고려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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