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왠지 떠나고 싶어라.
예전에 개그맨 박세민씨가 느끼한 말투로 유행을 시켰던 말이다. 나도 가끔 흉내를 내며 따라 하곤 했었는데 말 그대로 왠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휴가철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왠지 ‘왠지’를 ‘웬지’로 잘못 쓰고 있다. 반대로 ‘웬일’을 “왠일”로 틀리게 쓰는 사람도 많다.
‘왠지’의 ‘왠 ’과 ‘웬일’의 ‘웬’은 발음이 같아 혼동하기 쉽다. ‘왠지’는 이유나 원인을 물어볼 때 쓰는 ‘왜’에 ‘인지’가 결합한 ‘왜인지’가 줄어든 말이다. 따라서 ‘웬지’는 틀린 표현이다. ‘웬일’은 ‘어찌된 일, 의외의 뜻’을 나타내는 한 단어이다. “웬일이니?”“웬일인지”“웬일일까?” 등과 같이 붙여 쓴다. 그런데 ‘웬’은 따로 떨어져 ‘어찌된’이라는 의미의 관형사로 쓰이기도 한다. “이게 웬 떡이니?” “웬 물건이지?”와 같이 쓸 수 있다. ‘웬일’과 달리 ‘웬 떡’ ‘웬 물건’은 사전에 나와 있지 않으므로 띄어 쓴다.
발음이 같아 헷갈리는 말 중에 ‘어떻게’와 ‘어떡해’가 있다. ‘어떻게’는 ‘어떠하다’가 줄어든 ‘어떻다’에 ‘게’가 결합하여 부사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담”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된 거야?”와 같이 다양하게 쓸 수 있다. ‘어떡해’는 ‘어떻게 해’라는 구가 줄어든 말이다. 서술어로는 쓰일 수 있지만 다른 용언을 수식하지는 못한다. “나 어떡해”와 같이 쓸 수는 있지만 “나 어떡해 하지”처럼 쓸 수는 없다. “나 어떻게 하지”로 써야 한다. “어떻게 하지”는 줄여서 “어떡하지”로 쓸 수 있다. 구분하기 어렵다면 문장의 끝에 올 땐 ‘어떡해’, 문장의 중간에 올 땐 ‘어떻게’라고 기억하면 쉽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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