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은 해외에서도 빅데이터 활용이 가장 활발한 분야로 꼽힌다. 다른 산업에 비해 데이터 보유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만큼 이를 경쟁우위로 삼기 위한 사업이 일찍부터 추진돼 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은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다. 5,000만 건, 약 65PB(petabytes)의 고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회사는 이를 분석해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 제안을 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고객의 과거 지출 패턴을 분석해 은행 신용카드 사용자에게 캐시백을 제공하는 ‘BankAneriDeals’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했고, SNS 등 고객들의 인터넷 사용 행적을 분석해 금융 상품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가입자 유치비용이 25% 절감됐고 고객 당 수익성도 12%에서 18%로 증가했다는 게 회사측의 분석이다. 상품 제안뿐 아니라 신용평가에도 빅데이터 시스템을 도입, 대출계좌 40만 건에 대한 신용평가점수를 산출하는 데 걸리던 시간을 3시간에서 단 10분으로 단축하기도 했다.
미국의 웰스파고 은행은 고객의 자동화기기(ATM) 사용 이력을 토대로 화면에 표시되는 버튼을 고객별로 최적화한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예금계좌의 입금 빈도가 높은 고객이라면 화상에 관련 버튼을 상단에 표시되도록 하는 식이다. 씨티그룹은 고객들의 거래 정보에서 특정 품목 매출과 구매 성향을 추출해 의류 매장이 어느 지역에 몇 개 들어서야 할지 컨설팅하는 일까지 최근 성공시킨 바 있다.
보험산업도 빅데이터 활용이 활발한 업종으로 꼽힌다. 미국의 프로그레시브 보험사의 경우 ‘스냅샷(Snap-shot)’이란 기기를 차량 내부에 부착해 운전거리, 운전시간, 브레이크 이용횟수 등을 기록한다. 이를 통해 고객들의 주행거리를 자동으로 파악해 실제보다 낮춰 신고하는 행위를 방지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이 회사의 수익률은 업계 평균의 3배, 자산가치는 4년 사이 두 배로 뛰었다.
다만 대부분의 성공 사례들은 미국기업들에 편중돼 있다. 미국을 제외하면 일본과 영국, 중국 기업들이 뒤를 쫓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국가적인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빅데이터 활용에서 앞서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개인정보 활용에 사실상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사전 동의 없이도 개인정보를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대신 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징벌적 처벌을 받는 식이다.
반대로 규제 강도가 높은 유럽연합(EU)은 빅데이터 활용에 있어서는 후진국에 속한다. EU는 2012년에 ‘데이터 보호 개혁(Data Protection Reform)’을 발표하면서 개인 데이터 처리에 대한 책임 강화, 잊혀질 권리 등을 도입한 바 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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