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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아이언맨처럼 '화면'을 보는 미래

입력
2015.07.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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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의학과 공학, 그리고 사회학과 역사 등 다양한 학문을 엮어서 미래와 관련한 여러 가지 연구와 글을 쓰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SF영화다. SF영화를 미래연구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위 “SF효과”라고 부르는 것 때문이다.

톰 크루즈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공동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의 미래의 워싱턴을 배경으로 다양한 미래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원작자는 '블레이드 러너', '토탈리콜'로도 잘 알려진 SF소설의 거장 필립 K. 딕(Philip K. Dick)이다. 이 영화는 감각적인 연출과 뛰어난 영상, 그리고 정교한 세트와 설정에 있어 근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 최고의 수작으로 꼽힌다. 특히 거미 로봇이 안구수술 직후의 주인공을 추적해서 홍채 검사로 신원을 확인하는 장면, 그리고 멀티터치와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등으로 묘사된 도시의 모습 등은 실제로 현재의 IT기술 발전을 미리 보여준 장면으로 널리 회자된다.

이처럼 강력한 SF영화나 미디어는 미래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일반대중들에게 과학기술이 인류사회에 가져올 희망찬 이야기와 혹시 있을 수 있는 커다란 부작용을 인지하게 만든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희망찬 미래는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 수 있고, 기업이나 일반대중들도 여기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있으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미리 어느 정도는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것이 “SF효과”다.

하늘을 나는 주인공이 비행슈트 안에서 보는 화려한 디스플레이가 눈에 띄었던 영화 아이언맨.
하늘을 나는 주인공이 비행슈트 안에서 보는 화려한 디스플레이가 눈에 띄었던 영화 아이언맨.

그렇지만, SF영화에 나오는 미래의 기술들은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한 것들이 많다. 다분히 감독들이 영상미와 스토리 전개를 위해 과장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칼럼에서 간혹 SF영화 속의 기술이 실제로 미래지향적인 기술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를 다루는 연재를 중간중간 해보려고 한다. 이번 주는 그 첫 번째 주제로 <투명 디스플레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최근 들어서 SF영화에서나 등장하던 투명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 등의 우리나라 기업에서 투명 디스플레이를 상용화해서 자동차나 건물의 유리창 등에 접목하는 사례들이 발표되고 있고, 실제로 성능도 많이 좋아져서 가격이 떨어진다면 여기 저기 도입되는 곳들이 나올 것이다.

출처: 삼성디스플레이 블로그
출처: 삼성디스플레이 블로그

이제서야 상용화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투명 디스플레이는 SF영화의 단골손님이자 매우 오랜 시간 동안 표현되었던 기술이다. 1936년 H. G. 웰스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 '다가올 세상(Things to Come)'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이 영화에서 기술중심의 도시 엔지니어 집단을 이끌고 있는 존 카벨(John Cabell)이 완전히 투명한 스크린을 그녀의 손녀에게 보여주면서 어떻게 수십 년간의 세계대전의 잿더미에서 도시가 성장했는지 도시의 역사를 설명하는 장면에서 투명 디스플레이가 등장한다. 그 밖에도 많은 영화에서 투명 디스플레이는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됐는데, 제5원소(The Fitth Element), 아바타(Avatar),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등에서는 작품 곳곳에 계속해서 등장한다.

투명한 디스플레이가 SF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배우들의 얼굴이 보이고, 동시에 그들이 보고 있는 디스플레이를 동시에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효율적으로 많은 데이터를 정교하게 다루는 듯한 연출을 보여줄 수도 있어서, 영화 속 인물들의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강조하는데에도 유리하다.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

그렇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정보가 너무 많으면 데이터는 훨씬 인지하기 어렵고 해석하기도 쉽지 않다. 투명 디스플레이에 빛나는 그래픽과 데이터를 표시할 경우 바깥에서 보기에 효과는 화려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뒤에 비쳐보이는 것들 때문에 무척이나 정신없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므로, 투명 디스플레이를 이용해서 작업을 효율적으로 하게 만들려면 디스플레이에 표시해야 하는 데이터나 정보를 사용자의 인지과정을 고려해서 최적화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주의를 끌어야 하는 중요한 데이터나 정보는 불투명한 배경을 이용해서 표시하고, 그렇게 중요하지 않고 빠르게 스쳐 지나가도 되는 정보들은 투명도 높게 표시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투명 디스플레이가 상용화가 되더라도 SF영화에서처럼 빠르게 여기저기에 기존 디스플레이를 대체하면서 쓰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가격도 적당하게 떨어져야 하겠지만, 작업이나 시청할 때 피로감이 없도록 정교해진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한 다음에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자동차의 유리나 건물의 유리창과 같이 원래 투명한 유리가 쓰여야 할 곳에 큰 부담을 들이지 않고 투명 디스플레이의 장착이 가능하다면 그런 곳들에서 가장 먼저 투명 디스플레이가 쓰일 것이다. 이처럼 SF영화는 미래의 기술을 화려하게 보여주기는 하지만, 사업화와 상용화를 하는 입장에서는 조금은 현실적인 입장에서 해당 기술들을 검토하지 않으면 과도한 기대를 하게 만들 수 있다. 뭐든지 적절히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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