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폭발물 협박 대응 '불안한 매뉴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폭발물 협박 대응 '불안한 매뉴얼'

입력
2015.07.25 04:40
0 0

잠실야구장서 우려 드러나

매뉴얼 따랐다는데 관중ㆍ선수 안전 담보로 경기 진행

현장 신속 판단 결정권 모호

정부내 테러 컨트롤 타워도 부재

최근 야구장과 지하철역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폭발물 설치 협박 전화가 잇따르는 가운데, 관련 기관 대응 매뉴얼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야구장과 지하철역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폭발물 설치 협박 전화가 잇따르는 가운데, 관련 기관 대응 매뉴얼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야구장과 지하철역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폭발물 설치 협박 전화가 잇따르면서 관련 기관의 대응 매뉴얼이 적절한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 위험을 감지하고 신속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일관된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우려는 23일 발생한 서울 잠실야구장 폭발물 협박 사건에서도 노출됐다. 협박 신고가 접수된 시간은 경기 시작 10분 전인 오후 6시20분 쯤. 경기 취소와 관람객 대피 등 충분한 사전 통제가 가능했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아무런 고지 없이 경기를 강행했다.

프로야구의 경우 경기 진행 결정권은 5명으로 구성된 경기운영위원들에게 있다. 그러나 이들은 폭발물 같은 외부의 위험 요소를 판별할 만한 전문성을 갖추지 않아 경기 개시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24일 “스포츠 경기 운영을 관할하는 대한체육회에도 폭발물에 관한 안전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협박 신고 접수 9분 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의 대응도 안이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올해 3월 만든 ‘폭파 협박 및 폭발물 의심물체 대응 지침’에 근거해 이날 상황을 3단계(중위험)로 파악했다. 지침에는 폭발물 신고 대응 수위를 ‘1단계(무위험성)-2단계(저위험)-3단계(중위험)-4단계(고위험)’으로 분류해 놓았는데, 3단계는 필요 구역만 수색하거나 대피시키는 부분통제에 해당된다. 때문에 별도의 관중 대피 없이 협박 전화에서 언급된 야구장 중앙타자석(VIP석)만 수색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매뉴얼을 준수했다고 하나 결과적으로 위험 요소가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중과 선수의 안전을 담보로 경기가 진행됐던 셈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현장 상황이 4단계 이상 고위험에 속하지 않으면 통상 다중이용시설 관리 주체와 논의해 대피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가령 폭발물 설치 협박이 자주 일어나는 지하철역사의 경우도 서울메트로나 서울도시철도공사와 협의를 거치는 경우가 많아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어렵다. 단 고위험이라고 판단할 경우 경찰이 경찰관직무집행법 5조 등의 규정에 따라 경고와 피난 등 필요조치는 취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폭발물 처리만 경찰에 맡길 뿐 정부부처 안에 테러 대응 전 과정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문제를 놓고 부처간 협의 및 조정을 목적으로 출범한 국민안전처조차 관련 매뉴얼을 전혀 갖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안전처는 폭발물을 포함한 테러 대응을 직접 담당하기보다 지원 형태를 취하고 있어 별도 대응 매뉴얼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안전처 내부에서 테러 신고 매뉴얼 제정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나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촌각을 다투는 폭발물 협박의 속성상 위험성을 실시간으로 판단해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전문가그룹을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폭발물은 의심 정황만 있더라도 위험성이 큰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며 “당장 독립된 조직 신설이 어렵다면 경찰 내에서라도 전문 요원을 선발해 복잡한 의사결정 체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