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의 한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60대 직원이 40대 여직원에게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질러 여직원이 숨졌다. 피해자가 평소 자신을 헐뜯어 재계약이 불발됐다고 생각한 남성의 ‘복수극’이었다.
분당경찰서는 24일 살인 등의 혐의로 이모(61)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이씨는 이날 오전 9시50분쯤 분당구의 한 12층짜리 오피스텔 1층 관리사무실에 있던 A(48ㆍ여)씨에게 시너를 뿌린 뒤 불을 질러 A씨를 숨지게 한 혐의다. 관리사무실 내부에 붙은 불은 집기류 등을 태우고 10여분 만에 꺼졌다.
이씨는 이날 방수공사에 쓰던 시너를 관리사무실로 들고 들어가 문을 잠근 뒤 홀로 근무 중이던 A씨에게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범행 직후 112에 “사람을 불태워 죽였다”며 신고하고 오른쪽 손목을 흉기로 그어 자해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말 관리소장으로부터 ‘근무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아 31일이면 일자리를 잃어야 했다. 지난해 7월 오피스텔 관리 용역회사 파견 근로자로 채용돼 1년 계약을 맺고 지하 5층 기계실에서 일해왔던 이씨는 근무시간 음주와 흡연 등이 잦아 동료들의 불만이 높았다.
A씨 등 동료 6명은 이런 사실을 관리소장에게 수시로 보고했고 이를 들은 이씨가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경찰의 전언이다.
이씨는 “A씨가 일거수일투족을 관리소장에게 전하고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잔소리하는 등 마음에 안 들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동기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숨진 A씨는 관리사무소에서 경리주임으로 3년여 일해왔으며 남편과 자녀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동료직원은 “A씨는 정말 친절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이었다”며 “갑작스레 변을 당해 안타깝다”고 했다. 경찰은 피해자 유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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