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정밀한 기계는 우리 몸 안에 있다. 몸과 마음을 모두 지휘하는 사령탑, 평균 무게 1.4㎏의 우주, 바로 인간의 뇌다. 뇌의 비밀을 알아내려는 인지과학과 뇌의 작동 원리를 구현하는 첨단기술의 만남, 그 정점에 뇌공학이 있다.
2014년 4월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연구 프로젝트,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10년간 30억달러(3조원)를 뇌공학 연구에 투자하는 계획이다. 유럽연합이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HBP)에 10년 간 10억유로(1조 3,000억원)를 투자하기로 발표한 지 9개월 만이다. HBP는 뇌의 비밀을 밝혀 인간 뇌에 가장 가까운 인공 뇌를 만드는 게 목표다. 둘 다 연구비 대부분을 뇌공학 기술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뇌공학이 왜 중요하고, 어디까지 와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가 딱이다.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놓고 있는 한국의 뇌공학자 임창환 한양대 생체공학과 교수가 썼다.
뇌공학의 미래는 공상과학영화들이 그려낸 바 있다. 이쪽으로는 고전 격인 ‘매트릭스’를 비롯해 ‘아바타’ ‘써로게이트’ ‘로보캅’에 등장하는 인간 뇌와 컴퓨터의 접속 기술, ‘이터널 선샤인’에 나오는 기억 조절 기술, 뇌를 통째로 컴퓨터에 올리는 ‘ 트랜센던스’의 마인드 로딩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의 초점은 뇌공학의 장밋빛 미래보다 바로 지금, 뇌공학의 현재를 제대로 알려주는 데 있다.
읽다가 흥분할 만큼 흥미진진한 내용이 가득하다. 2012년 세계적인 뇌과학자, 뇌공학자들이 모여 시작한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만 해도 그렇다. 첨단 의학영상기술과 컴퓨터를 활용해서 뇌신경지도를 만드는 게 목표다. 2000년대 초 완성된 인간 게놈지도(유전자지도)와 비교하면 이게 얼마나 장대하고 어려운 도전인지 실감이 난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13년 만에 완전 해독에 성공한 염기서열의 쌍은 총 30억개. 커넥톰 프로젝트가 파악하려는 인간의 뇌는 1,000억개 이상의 신경세포로 이뤄져 있고, 신경세포들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는 100조개 이상이다!
저자는 뇌공학이 거둔 최신 성과와 한계를 전하면서 이 놀라운 첨단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따르는 사회적 윤리적 문제도 놓치지 않는다. 식물 인간이나 사지 마비 환자의 뇌파를 측정해 의사 소통을 하고, 뇌질환 환자의 고장난 뇌 신경회로망을 수리하고,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루게릭병 환자가 생각만으로 타자를 치고, 컴퓨터가 인간 뇌로부터 감정 상태를 읽어내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일은 이제 더 이상 공상에 그치지 않는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첫 발은 이미 떼었다.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서 머잖아 보편화할 것도 꽤 된다.
미국과 일본은 “21세기는 뇌의 세기”로 규정하고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전세계가 뇌공학 경쟁을 벌이며 미래로 뛰고 있는 사이, 한국은 멀쩡한 강바닥을 파헤치는 4대강 공사로 22조원을 날렸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착수한 뇌공학 프로젝트 비용은 10년간 각각 3조원, 1조 3,000억원. ‘겨우’ 그것밖에 안 된다. 이 책을 덮으면서 한숨이 절로 오는 이유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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