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은 나쁜 일과 함께 오는 것일까.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하며 인기몰이 중인 인디 밴드 혁오가 24일 한바탕 유명세를 치렀다. 혁오가 부르는 몇 곡이 해외 밴드의 노래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휘말리면서 인기에 따른 홍역을 앓아야 만 했다.
논란의 발생지는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혁오의 노래 ‘론리’와 ‘판다 베어’가 유럽 밴드 더 화이티스트 보이 얼라이브의 ‘1517’, 뉴질랜드 밴드 유미 주마의 ‘도디’와 각각 유사하다고 주장하는 게시물들이 온라인에 올라오고 이 내용이 24일 기사화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혁오는 표절 논란에 대해 오해라는 입장이다. 혁오의 소속사 하이그라운드는 이날 “표절은 시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소속사는 “‘론리’의 경우 지난 3월 더 화이티스트 보이 얼라이브의 리더 얼렌드 오여가 내한했을 당시 함께 공연했던 곡”이라며 “당사자로부터 오히려 좋은 감상 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판다 베어’는 지난해부터 공연하던 곡이며 1월에 정식 발표했기에 유미 주마의 곡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도디’는 지난 3월 발표됐다.
정황상으로는 혁오가 괜한 오해를 받고 있는 모양새다. 노래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표절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표절 근절을 위해 건전한 문제 제기는 할만하다. 하지만 마녀사냥식의 지나친 몰아붙이기는 금물이다.
혁오가 일찌감치 오해의 여지를 없애 논란은 해프닝으로 정리되는 것으로 보이나 짙은 씁쓸함도 남겼다. 홍익대 주변에서만 인기를 얻던 한 무명 밴드가 ‘무한도전’의 후광을 얻고 깜짝 ‘전국구 스타’가 됐다가 금세 논란의 주인공이 된 과정은 한국 연예계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혜성 같은 스타에 금방 열광하고 샛별을 다시 끌어내리려는 대중의 이율배반적인 정서를 엿볼 수 있어서다. 네티즌들은 대체로 혁오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글들을 SNS와 기사 댓글에 담고 있다. “잘나가는 애들을 시기한 애들이 루머를 퍼트린 것” “음악의 유사성이지 비슷하면 다 표절이냐” 등의 글이 온라인에서 올라와 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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