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경위ㆍ책임 소재 규명은 못해
한국 국방부 "직접 현장 조사할 것"
시민단체, 진상 규명 요구 거리행진
미국 국방부가 올해 5월 한국으로 ‘살아있는 탄저균’을 배달한 것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실수’(inexcusable mistake)라고 잘못을 공식 인정했다. 그러나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로 배달이 이뤄진 정확한 경위와 책임 소재를 규명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프랭크 켄달 미 국방부 조달ㆍ군수담당 차관은 23일(현지시간) 탄저균 배달사고 진상조사 보고서를 공개한 뒤 진행된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의도되지 않은 배달이었으며, 비활성화 되고 배양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진 탄저균이었다”며 “(한국에는) 오산 공군기지 연구실에만 실험용으로 보내졌고 다른 곳에는 배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에서 탄저균 공격이 이뤄질 경우를 대비해 보냈으나, 현재로서는 한국에 계속 탄저균을 보낼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켄달 차관은 탄저균 배달 사고의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위반 여부에 대해 “협정위반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며 “어떤 국제적 규약도 분명히 위반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미 국방부는 이날 ‘살아있는 탄저균의 우연한 배달: 검토위원회 보고서’라는 제목의 탄저균 배달사고 진상조사 보고서에서 “지난 10년간 미국과 전세계 7개국의 86개 실험실에 ‘살아있는 탄저균’을 배달한 사실이 있다”고 공식 확인됐다. 그러나 탄저균이 완전히 비활성화되지 않고 살아 있는 상태로 배달된 배경에 대해서는 불완전한 내부관행 등을 거론하면서도 정확한 원인과 책임소재는 적시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우리 국방부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 국방부의 진상조사 결과 발표에 맞춰 이달 11일 발족한 한미 합동실무단이 빠른 시일 내에 오산기지 현장을 방문해 탄저균 배달사고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 측은 “합동실무단이 탄저균 샘플 취급 및 처리 절차 준수 여부, 탄저균 포자 잔류 여부 등 확인할 방침”이라며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포함해 조사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의 해명에도 탄저균이 반입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국내 여론은 들끓고 있다. 공안탄압저지시민사회대책위와 기독교평화행동목자단 소속 5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앞에서 “탄저균을 가지고 미군은 한국을 떠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벌였다. 대책위 관계자는 “미국은 잘못을 시인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책임 소재를 가리고 재발방지 대책을 즉시 내놓아야 한다”며 “탄저균 배달 사고를 낸 한미 양국 책임자를 찾아 법적 책임을 물을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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