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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미 작지 않은 ‘형사소송 성공보수 무효’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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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미 작지 않은 ‘형사소송 성공보수 무효’ 판결

입력
2015.07.2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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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에서 의뢰인과 변호사가 체결한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앞으로 변호사 업계나 국민생활과 인식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4일 허모씨(38)가 조모 변호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 상고심 공판에서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해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위반되어 무효”라며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수사와 재판을 포함한 형사절차는 엄정하고 공정하게 운영돼야 하고,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며“형사절차에서 중요한 공익적 역할을 담당하는 변호사는 법관이나 검사와 마찬가지로 공적 이익을 위해 협력하고 노력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수사의 방향이나 재판 결과를 금전적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민법 103조)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또한 성공보수와 관련한 판례도 변경했다. 종래 대법원은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어긋나는지를 따로 고려하지 않은 채 약정된 보수가 지나치게 과다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만한 특별한 경우에 한해 성공보수의 일부만 부정해왔다. 이번 판결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전관예우 관행이나 국민 사이에 팽배한 ‘유전무죄ㆍ무전유죄(有錢無罪ㆍ無錢有罪)’인식의 변화를 예고한다. ‘착수금+성공보수’라는 변호사 보수체계의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률시장의 현실에 비추어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형사사건 수임 변호사의 업무는 사법절차에 들어가는 과정과 실제 수사와 재판에서 의뢰인이 기대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그에 대한 각각의 보상이 착수금과 성공보수인 셈이다. 의뢰인의 관심이나 법률서비스가 착수 단계보다는 이후의 수사 방향이나 재판 결과에 치중돼 있어 수임료도 거기에 무게중심이 실려있다. 변호사의 성실성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성공보수의 적잖은 부분이 착수금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은 경우 비교적 적은 착수금만을 겨냥한 박리다매(薄利多賣)의 성행으로 법률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고, 수임브로커가 설치는 엉뚱한 결과를 빚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법률서비스의 질이 의뢰인의 경제력에 따라 달라지는 시장구조에 커다란 변화가 찾아오기는 어렵다. 그런 변화는 결국 변호사 단체나 개개인의 공적 의무 자각, 검찰과 법원의 전관예우 관행 타파 노력 등이 병행해야만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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