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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청장, "현대차, 재벌의 왕도 과시하도록" 호소문 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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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청장, "현대차, 재벌의 왕도 과시하도록" 호소문 물의

입력
2015.07.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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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부지 갈등 서울시 압박 주문

"사용자=통치자, 시대착오적" 비판… 이재웅 다음 창업자도 "창피하다"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구민들에게 “현대차 그룹이 재벌의 왕도를 과시하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보낸 것으로 24일 드러났다. 통치자가 해야 할 올바른 행동을 의미하는 왕도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두고 사기업과 통치자를 동일시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강남구 등에 따르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개발을 놓고 서울시와 마찰을 빚고 있는 신 구청장은 20일 ‘서울시장과 강남구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서울시에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개발로 발생하는 공공기여금을 강남구가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남구청장 명의로 된 호소문은 삼성동 한전 부지에 대한 개발과 관련한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문제 등을 집중 홍보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 구청장은 특히 구민들에 대한 호소문에서 “주변 지인 중 현대차 그룹의 임직원들이 계신다면 서울시에 세계적 재벌의 왕도를 과시하도록 격려해 달라”고 적었다. 왕도란 중국의 유가(儒家)에서 이상(理想)으로 삼았던 인과 덕을 바탕으로 한 통치자의 정치사상이다. 결국 신 구청장의 호소문은 현대차 그룹을 통치자와 동일시하고, 현대차 그룹이 서울시에 압력을 행사해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신 구청장의 호소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도 자신의 트위터에 신 구청장의 호소문 사진과 함께 “창피하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강남구 관계자는 “신 구청장은 ‘통치자의 올바른 길’이 아니라 ‘지름길, 쉬운길’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썼는데 문구에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현재 강남구가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 있다 보니 이를 쉽게 풀어갈 수 있도록 현대차 그룹에서 도와달라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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