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태호(27ㆍ가명)씨는 올해 초 코카스파니엘 종의 반려견 ‘나무’를 잃어버렸다. 김씨는 개의 귀소본능을 믿었지만 나무는 돌아오지 않았다. 사흘을 기다린 뒤 전단지를 만들어 붙였다. 인근 편의점 등에도 연락처를 돌렸다. 구청을 통해 동물보호소에도 물어봤지만 역시 허탕이었다. 그렇게 또 열흘이 흘렀다. 지친 김씨는 목걸이에 연락처가 적혀 있으니 꼭 연락이 올 거라 믿고 더 이상 나무를 찾지 않았다. 그러나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무는 돌아오지 않았다.
최근 SNS의 확산과 동물등록제 시행 등으로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아직은 미약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의 2014년 통계에 따르면 실종동물이 보호소를 거쳐 주인에게 돌아오는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유기동물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효과적으로 찾는 방법은 보호인으로서 꼭 알아둬야 할 사항이다. 앞의 사례에서 잘못된 점을 짚어보고 체계적인 수색 방법을 살펴보자.
1. 귀소본능을 믿고 기다린다
반려견의 귀소본능은 불확실하다. 따라서 반려견이 멀리 가지 않았을 때, 즉 실종 사실을 인식하자마자 찾아나서는 게 답이다. 우이종 메디포즈 동물의료센터 원장은 “사회화 훈련이 잘 되지 않은 개는 길을 잃으면 겁에 질려 집으로 되돌아오기 어렵다”며 “실종 동물을 찾는 데도 골든타임이 있다”고 말했다. 대형견은 하루에 10km까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멀리 가기 전에 찾지 않으면 소중한 반려견을 다시 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실종 초기를 무의미하게 보내선 안 된다.
2. 집 주변 가게에 전단지를 준다
편의점이나 음식점에 전단지를 배포하는 것보다 동물병원부터 찾아가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서울 중구청 유기동물 담당자인 문진영씨는 “많은 유기동물들이 동물병원을 거쳐 보호소로 이동한다”며 “이 중에 동물등록이 돼 있거나 전단지를 받은 동물은 병원에서 주인을 찾아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3. 거주 지역의 위탁보호시설에 문의한다
개의 이동거리는 생각보다 멀다. 잃어버린 자치구 내에서 발견되란 법은 없단 뜻이다. 따라서 내가 살고 있는 구청에 문의하기보다, 전국 보호소의 실시간 유기동물 정보가 업데이트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안드로이드 모바일 앱인 '포인핸드'에서도 유기동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4. 동물동록제를 믿고 기다린다
동물등록제에도 약점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수색방법을 알고 있는 것은 필수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김세진 홍보팀장은 “마이크로칩은 이사 정보가 반영돼 있지 않을 수 있고, 목에 걸린 등록인식표는 동물의 행동이나 여건에 따라 없어지기 쉽다”고 조언했다. 또 로드킬을 당하거나 발견한 사람이 데려다 기르는 경우도 가정할 수 있다.
따라서 동물등록제만 믿고 손을 놓기보다 CCTV나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최근 잃어버렸던 반려견 ‘몽이’를 찾은 박혜리(22ㆍ가명)씨는 “집 근처 경찰 지구대에 요청해 CCTV 영상을 확인, 이동방향을 정한 뒤 여러 커뮤니티와 SNS 등으로 도움을 요청했다”며 “온라인 카페 회원의 제보로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5. 이밖에 알아두면 좋은 팁
앞서도 언급했듯이 사회화와 귀소본능은 비례관계다. 집 주변에서 많은 경험을 할수록 길을 잃었을 때 되돌아 오기 쉬운 법이다. 우 원장은 “자주 산책을 해서 사람, 차, 길 등이 친숙해진 반려견은 쉽게 집을 찾을 수 있다”며 “산책을 다니면서 마주친 이웃들은 결정적 제보자가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반려동물을 잃어버렸을 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찾을 것을 강조했다. 반려동물을 잃어버린 건 일차적으로 보호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또 실종 기간이 사람에게는 그저 애타는 시간일지 몰라도 반려동물에게는 목숨이 위태로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김선규 인턴기자(서강대 사학과 4)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