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의 창은 이제 어떤 풍경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눈에 밟히는 것들마다 당신의 체취가 묻어 있어서 마음만 더 허전합니다. 그 마음을 아는지 담쟁이가 푸른 손을 펴 빈집의 눈을 가려줍니다. 오래 앓아 뜨거웠던 유리의 이마가 오늘은 서늘합니다.”
- ‘한 사람을 건너왔다’
길상호 지음, 다이얼로그
직접 찍은 사진 옆에 줄글을 붙인 길상호 시인의 사진 에세이다. 시인은 작정한 듯 낡은 집이나 여린 잎 같은 것들에만 렌즈를 들이댄다. 햇빛에 달아올랐다가 달빛에 식는, 빈집 유리창의 평온한 무기력이 몸을 나근나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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