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종목 대상 '꿈나무체육대회' 31년째 개최하며 국가대표 발굴
광화문글판과 교보문고 만들어, 도심 문화 아이콘 부러움 사기도

박성민(12ㆍ서울염창초 6년)군은 한국 육상 단거리의 유망주다. 지난달 열린 전국소년체전에선 100m를 11.80초에 돌파, 대회신기록을 갈아치우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군은 200m와 400m계주에서도 우승하며 이 대회 3관왕에 올랐고 대회 최우수 선수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육상 선수로 주목 받으면서 미래엔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외교관이 되겠다는 꿈도 생겼다.
박군의 꿈은 2년 전 참가한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에서 시작됐다. 박군은 당시 육상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이 대회에서 100m 우승을 차지하는 승리의 경험을 맛본 후 자신감을 얻었다. 박군이라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없을 리 없다. 비인기 종목으로 척박한 환경에 놓여 있는 육상에 뛰어들어서는 미래가 녹록하지 않은 현실 때문이다. 그래서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의 존재가 더 든든하고 고마울 수밖에 없다. 박군의 어머니 김지현씨는 “국내에선 비인기 종목에서도 정말 열심히 꿈을 갖고 뛰는 친구들이 많다”며 “교보생명이 앞으로도 후원을 끊지 말고 아이들의 소중한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해줬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박군은 올해 23일 개막한 꿈나무체육대회에도 출전해 대회 3연패에 도전한다.
교보생명은 박군과 같은 기초종목 체육 유망주들을 조기 발굴한다는 목적으로 1985년부터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를 열고 있다. 올해로 31년째다. 매년 육상 수영 빙상 체조 유도 등 7개 기초종목에 전국 약 4,000명의 초등학생이 참가해 기량을 겨룬다. 전국 단위의 유소년 종합체육대회로는 유일하게 민간이 주최하고 있다.
오랜 역사가 말해주듯 한국인들이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은 이 대회를 거치며 꿈을 키웠다. 박태환 최민호 김재범 양학선 전이경 김동성 이상화 박승희 이승훈 심석희 선수 등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이 대회 출신이다. 지금까지 대회에 참가한 인원만 12만명이 넘는다. 이 중에 국가대표 선수가 300여명이 나왔고 이들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메달 수만 140여개에 달한다.
교보생명이 30년 넘게 어린 선수들의 자리를 마련해 주는 일에 묵묵히 앞장서고 있는 데는 기업의 육성철학이 깔려 있다. 고(故) 신용호 창립자가 1958년 ‘국민교육 진흥’이라는 이념으로 교육보험에서 시작한 교보생명은 장남인 신창재 회장이 이끌고 있는 지금까지 육성철학 구현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기업 정신은 서울 광화문 한 복판 금싸라기 땅에 비싼 임대료를 포기하고 교보문고라는 서점을 만든 데서도 드러난다. 신 창립자는 “한국 제일의 목에 청소년을 위한 멍석을 깔아주는 게 얼마나 보람 있냐”며 수익을 위해서는 상가를 조성해야 한다고 만류하는 직원들을 설득했다. 이렇게 매장면적 5,620㎡, 서가길이 24.7㎞의 전 세계 최대 규모이자 국민 책방인 교보문고가 탄생했다.
신 창립자는 1981년 교보문고 개점 당시 직원들에게 “책을 오래 봐도 제지하지 말라” “사지 않아도 눈총 주지 말라” “책을 베껴도 그냥 두라” “책을 훔치더라도 도둑 취급 말고 좋은 말로 타일러라” “초등학생에게도 존댓말을 쓰라”라는 5가지 지침을 내렸다. 서점을 단지 책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닌, 하나의 교육기관이자 문화를 향유하는 중심지로 만들고자 했던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본사 건물 외벽에 걸린 ‘광화문글판’도 번잡한 도심 한 가운데서 짧은 글귀 하나로 시민들을 울고 웃게 하는 소중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 광화문글판 역시도 수익과 관계 없이 25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 됐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2009년 3월 칼럼에서 “광화문글판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며 “일본에도 이런 유머와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고 부러움을 표시했다. 이번에 걸린 광화문글판은 정희성 시인의 시 ‘숲’의 한 구절,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이다.
교보생명은 무엇보다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해 꾸준한 지원을 하고 있다. ▦생계 문제로 환자를 돌볼 수 없는 가족을 대신해 간병인을 지원하는 다솜이간병봉사단(12년) ▦저소득층 가정의 미숙아들 치료를 돕는 이른둥이지원사업(13년)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환경의 중요성 일깨워주는 숲해설봉사단(13년) 모두 10년 넘게 교보가 후원해 온 사업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원칙과 기업도 하나의 사회구성원이라는 기업시민 의식을 바탕으로 꿈나무체육대회나 교보문고와 같은 사업을 통해 미래 세대 육성에 계속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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