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과학과 대체로 대립한다. 성서를 과학의 눈으로 읽는 일은 그래서 오류를 지적하거나 주장을 반박하거나 교리를 비난하는 일로 귀결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이 청소년들을 위해 쓴 ‘바이블 사이언스’는 신앙을 훼손하지 않고 과학적으로 성서 속 일화들을 해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먼저 저 유명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돌멩이 하나로 장수를 쓰러뜨린 이 신화적 장면을 원심력과 접선의 원리를 통해 설명한다. 양치기 소년 다윗은 가죽끈에 매달아 돌을 돌렸기 때문에 끈을 놓는 지점이 골리앗의 위치와 일직선을 이루는 원운동의 접선을 형성한다면 원심력으로 얼마든지 골리앗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여리고성을 함락시킨 함성은 외부 힘의 진동수가 진동체의 고유진동수와 일치할 때 진폭이 최대가 되는 공명현상의 결과이며, 예수 탄생의 날 동방박사들을 이끌었던 밝게 빛나는 별은 목성과 토성이 854년마다 근접하여 밝게 빛난 현상(대상합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천문학자 케플러가 제기한 이 가설은 ‘태양을 초점으로 공전하는 행성이 같은 시간 동안 움직여 만드는 부채꼴 면적은 언제나 같다’는 케플러의 행성법칙에 근거하는데, 이에 따르면 대상합은 예수 탄생 즈음에는 5월29일, 9월29일, 12월4일에 세 번 관찰됐을 것이니 성서의 진술에 근접한다.
케플러는 젊은 시절 신학자가 되고 싶어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했을 만큼 신앙이 깊었다. 하지만 훗날 고백한다. “제가 노력한다면 천문학에서도 하느님을 영광스럽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과학과 신학의 우정을 위하여 씌어진 이 책은 2003년 출간본의 개정판으로, 저자의 ‘스토리 사이언스’ 시리즈 네 번째 책이다.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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