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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SM, 시대를 앞서간 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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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SM, 시대를 앞서간 그 이름

입력
2015.07.2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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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브랜드 마세라티는 현재 페라리와 함께 피아트그룹의 고급 고성능차 부문에 속해 있다. 그러나 100년이 넘는 역사에서 피아트가 마세라티를 소유한 시간은 20년이 조금 넘을 뿐이다. 많은 소규모 자동차 회사가 그렇듯 마세라티도 부침이 심했고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그 중에 특이한 소유주도 있었는데 마세라티 덕분에 독특한 명작을 남길 수 있었다. 그 소유주는 짧은 기간 마세라티를 손에 넣었던 시트로엥이다.

대중차 브랜드인 시트로엥은 고성능 엔진이 필요해 마세라티를 품었다. 시트로엥은 1955년 내놓은 DS가 고급차 시장에 안착하자 여세를 몰아 고성능 모델 개발 계획을 세웠다. 공상과학영화 속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유선형 디자인으로 화제가 된 DS는 유기압식 서스펜션을 비롯한 혁신적 기술을 가득 채용했다. 강력한 엔진만 있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고급 고성능차를 만들 수 있었다.

당시 프랑스 제도는 배기량이 큰 엔진에 높은 세금을 부과했다. 판매를 늘리려면 가급적 작은 배기량으로 큰 힘을 내는 엔진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시트로엥은 고성능 엔진 개발능력이 있던 마세라티와 제휴를 맺었고, 마세라티의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1968년 아예 인수했다. 인수합병의 시너지 효과는 1970년 첫 선을 보인 ‘시트로엥 SM’(사진)으로 결실을 맺었다.

SM의 기본 기술은 시대를 앞서 갔다. 야수의 심장이라 할만한 마세라티의 V6 2.7ℓ 170마력 엔진은 당시 메르세데스-벤츠, BMW, 재규어 등 고성능 스포츠카와 견줄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 시속 220㎞에 이르는 최고속도는 앞 바퀴 굴림 승용차 중에 가장 빠른 수준이었다. 특히 혁신적 유기압식 서스펜션에서 비롯된 탁월한 주행특성이 고성능 엔진과 어우러지며 가속 제동 핸들링 승차감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뛰어난 차가 탄생했다. DS의 흐름을 따른 개성 있는 디자인도 화제였다.

그러나 석유파동과 경영난이 겹친 시트로엥은 1974년 파산했다. 시트로엥과 마세라티가 각각 새 주인에게 인수되며 두 회사 간 연결고리는 끊어졌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의 이상적 합작품이던 SM 생산도 1만2,920대를 끝으로 5년 만에 중단됐다. 시트로엥은 SM 생산 중단을 발표하며 명작의 단명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속도에서 태어나 속도와 더불어 죽다(Born from speed and died with sp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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